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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im Sep 01. 2023

가르치는 일이 고통이 된 시대에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서이초 후배 선생님의 49재를 앞두고 그 한달반여의 시간동안 대한민국의 모든 교사들은 집단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 그동안 다른 동료들을 위해 충분하게 연대해왔는가에 대한 고뇌와 부끄러움과 미안함. 그리고 함께 아이들을 위해 고민하고 헌신하고 노력하는 동료교사들과 학부모들에 대한 깊은 감사함. 늘 과분한 사랑을 주는 아이들에게도 감사한 마음. 등등 온갖 생각이 혼재되어 몇 주간 상당히 혼란스러운 마음이다. 


"동료들을 위해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반드시 연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차있다. 그리고 그것이 대한민국의 더 나은 교육을 위한 길이 되리라 생각한다.


여러 생각이 뒤섞여있다보니 글도 이래저래 뒤죽박죽인 것 같다.


사실 대한민국의 공교육이 무너지고 교사가 기본적인 교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게 된 시기는 이미 십년은 훌쩍 넘은 듯 하다. 이미 교실에서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해지게 된 상황이 근래의 일만이 아니다. 정상적인 교육행위조차도 부당하게 아동학대로 고발되었을 때, 전혀 보호될 수 없는 현실. 일부 진상 구성원으로 인해 학급과 학교 전체가 무너질 때 교사가 '정상적'으로 대응할 수가 없는 현실. 학부모의 불합리한 요구와 민원에도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현실. 등등 가장 심각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교사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작금의 사회에서 사람대 사람으로서 갑질이나 폭언, 폭행, 정서적 괴롭힘 등은 일부 법적으로 보호를 받는 시대로 변하는 데도 불구하고 유독 교사는 어떤 상황에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었다. 관리자들조차 보신을 위해 일선 교사들을 보호하지 않고 현장에서 알아서 버티고 알아서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지금의 학교 현실이다.


지금껏 교육 정책과 환경을 만들어 놓은 그 분들은 이런 현실과 문제에 대해 모르고 있었을까? 몰랐을리가 없었으리라. 다만, 개별 교사들의 사명감과 희생으로 제도와 정책의 허점을 어찌어찌 잘 메우고 있었을 뿐이라 생각한다. 위태롭다 그게 결국 무너지는 상황까지 오게된 것이다. 무너지지 않게 현장에서 고통받는 교사들을

도울 수 있는 시간과 기회는 언제나 있었다. 그 분들이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더 이상 시스템의 부족함을 교사가 개인적인 노력으로 메울 수 있는 시대는 완전하게 끝이 났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현장에서 직접 가르치는 교사를 도울 수 있는 제도와 정책 없이는 대한민국의 학교는 다시 세워지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순직하신 서이초 후배 선생님의 추모와 대한민국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주말마다 열리는 집회에는 정말 많은 선생님들이 함께 한다. 전국에서 거의 절반정도의 교사가 토요일마다 집회에 나오는 것은, 이 일이 다른 이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교단과 교실에서 수도 없이 부당하게 대우받고 상처받은 경험은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교사가 지니고 있는 트라우마다. 


이번 집회, 그리고 교사들의 요구에서는 어떠한 이득을 요구하는 것도.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말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정상적으로 교사들이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이야기뿐이다. 교사가 안전하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환경만 보장해달라는 이야기다. 월급을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대우를 더 좋게 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냥 교사로서 "상식적으로. 정상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게만 해달라는게 지금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이자 요구다. 그저 순수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교육부와 일부 교육감들은 추모에 참여하는 교사들에게 징계를 주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교사들이 절규해도 달라지지 않는 모습을 보며 도대체 교사들이 앞으로 교실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사실 지금 학교에 근무하며 꽤나 교사로서 배부른 환경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소통할 수 있는 동료교사들과 학부모들이 있기 때문이다. 항상 과분할정도의 지지와 응원을 받으며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살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껏 교사로서 자부심도 가져왔고 아이들에게 더 많은 헌신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갖춘 이 공동체에는 '연대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교사인지 학부모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한 명의 어른이라는 공통된 의식을 바탕으로 우리는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늘 이 연대의 공동체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교사로서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 나는 아이들을 위해 참 열심히 살았고 또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다. 거기에 대해서는 자신감과 자부심 모두 있다.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교사들은 다 비슷할 것이다. 교사로서 마음놓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갖춰진다면.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만이라도 갖춰진다면, 더 나은 교육을 위해 헌신할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


가르치는 일이 고통이 된 이 시대에 . 나는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내가 현재 지금의 이 공간에서 개인적으로 잘 살고 있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내가 이 학교에서 느끼고 받았던 환대와 감사한 마음을 담아 다른 동료들과 연대해야 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연대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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