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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10 Minutes (1)

by 김모음




10분은 애매한 시간이다. 평소엔 사소하게 지나가 버리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이 10분 때문에 다행인 일이 될 수도, 재수가 없을 수도 있다.


학원에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룹 수업 말고도 자기 주도형 수업 관리도 하고 있었는데, 이 수업은 수업이라기보다는 학생을 관리하는 것에 더 가까웠다. 아이들마다 부족한 영역이 다르다는 것에 착안하여 부원장이 도입한 교육과정이다. 아이들 마다 부족한 능력을 보충해 주기 위해 원하는 (물론 그 아이들의 ‘부모’가 원하는) 개인이 학원에 와서 각자 필요한 문제집을 1시간 동안 풀고 가는 것이다. 내가 여기서 하는 일은 채점을 해주고, 틀린 것은 설명해 주고, 학습능력이 좋아지고 있는지를 계속 확인하는 것이었다.


사실 돈을 버는 수단으로 사교육 현장에서 일하고 있긴 하지만 초등 사교육에 대한 내 입장은 부정적이다. 내가 말해 놓고도 이렇게 모순적일 수가 없다.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사교육을 선택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필요하다면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스스로 결정하기 힘든 초등학생이 자신이 필요해서 학원을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초등학생은 아직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기엔 너무 어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부모들이 사교육에 열을 올리는 것엔 반대한다. 물론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시간 벌기 용으로 학원에 보내고 있는 경우가 꽤 많다. 이 경우는 내가 간섭할 수 없는 사정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초등학생의

학습은 부모님들이 충분히 해줄 수 있는 범위라고 본다. 혹은 그냥 신나게 노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다시 자기 주도형 학습 관리 이야기로 돌아가서, 한 아이가 일주일에 한 번, 한 번에 1시간씩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하루는 이 아이가 유난히도 빨리 문제를 다 풀어서, 끝까지 정리를 하고 나니 10분이 남았다.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당연하게도 할 일을 다 했으니 오늘은 빨리 보내고 다음 주부터는 하루 공부 양을 좀 늘려봐야겠다고 계획을 잡았다. 아이를 보내고 퇴근을 했는데 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00이 오늘 언제 왔다가 언제 갔나요?”

“평소 시간보다 5분 늦게 왔는데, 오늘 유난히 빨리 끝내길래 10분 일찍 보냈어요.”

“학부모한테 컴플레인 왔어요. 1시간 수업에 5분 늦게 갔는데 10분을 일찍 보내주면 대체 오늘은 얼마나 수업을 한 거냐고요.”

“아....”

“1시간 수업 중에 10분은 아주 긴 시간이에요. 공부를 더 시켜서라도 수업시간은 꽉 채워서 보내주세요.”


10분도 허투루 보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10분의 수업시간 까지도 체크하는 꼼꼼한 학부모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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