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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10 Minutes (2)

by 김모음





정규 수업에서도 10분은 굉장히 긴 시간이라는 것도 한참 후에 알게 되었다. 정규 논술수업 시간은 총 1시간 30분인데 1시간 정도 교재로 공부한 다음 30분 정도는 각자 글쓰기를 한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됐을 때는 시간 관리가 안돼서 항상 1시간 30분 이상 수업을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많은 아이들이 한 학원 이후 바로 다른 학원 스케줄이 이어지기 때문에 내가 늦게 수업을 끝내주면 허겁지겁 다음 학원에 가거나, 글쓰기를 다 못쓰고 가서 다음 주 수업 전에 일찍 와서 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수업이 익숙해지면서 수업시간 조절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고 글 쓰는 속도가 빠른 아이들은 수업 종료 10분 전에 이미 모든 것을 끝내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이 때도 단순하게 오늘의 할 일을 먼저 끝낸 아이는 빨리 보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미 해 줄 것은 다 해줬고 그 아이는 집에 가고 싶어서 끝낸 것인데 그게 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먼저 다 쓴 아이들은 10분정도 일찍 보냈었다. 원장이 교실에서 빨리 나오는 아이들을 보고 붙잡았다.


“아직 수업 끝나는 시간까지 몇 분 남았으니까 여기에서 책 골라서 읽다가 가렴.”


아, 나 뭔가 잘 못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이 다 끝난 후 원장은 나에게 와서 조용히 말했다.


“선생님, 아무리 먼저 다 했다고 해도 집에 빨리 보내면 안돼요. 학부모들은 얘가 빨리 끝내고 오면 학원에서 대충 가르치고 아이도 덜 배워서 왔다고 생각해요. 컴플레인받을만한 사항입니다. 빨리 끝났더라도 어떻게든 학원에 붙어있게 해야 해요.”


비효율적이다. 이미 끝내고 마음이 딴 데 가있는 아이를 붙잡아 놓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저학년 아이들은 남는 시간에 책을 읽고 있으라고 하면 고분고분 잘 듣는 경우가 많지만 5~6학년만 되도 시간이 남으면 핸드폰부터 꺼낸다. 핸드폰을 금지시키면 그냥 멍하니 앉아서 시간만 죽이다가 간다. 의미가 없어 보였다. 내가 너무 나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건가 해서 내가 학부모라면 10분 때문에 컴플레인을 걸 것인가 생각도 해보았지만 여전히 납득이 되진 않았다.


시간관리에 철저한 사람들이 나의 헐렁한 시간관념을 보면 답답할 수도 있다.

그렇다. 난 좀 헐렁하다.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가족 이외의 사람들, 타인에게 약하다. 나의 혈육에겐 팩폭도 잘 날리고 ‘ 그 정도 가지고 뭘’ 하며 고생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학원가방을 들고 여기 학원 저기 학원을 들르는 다른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약해진다. 아이고, 숙제하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글쓰느라 얼마나 진이 빠졌을까 생각하면 채근하거나 압박할 수가 없다. 그리고 요즘 부모들의 성향이 각양각색이니 다른 집 아이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오랜 나의 경계심이 더해지면 ‘고생했는데 10분 정도야 뭘’ 하는 시간관리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의 내 일은 학부모에게 아이의 학습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일이고 그 일엔 단호한 채찍과 칼같은 정확성이 필요하다. 난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10분“에 그날의 내 기분이, 내 평판이, 내 생계가 좌지우지 될 수 있다. 정말 비싸고, 까다로운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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