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적인 문제점들
요즘 들어 유튜브를 통해서 영어 공부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영어를 잘하시는 한국분들이 운영하시는 채널들도 부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 정말 좋은 선생님들과 콘텐츠들도 많다. 그런데 유튜브로 영어 공부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상당한 모양이다. 과연 왜 이런 문제점들이 있을까? 유튜브 영상 편집자 관점에서 그 문제들을 파헤쳐봤다.
꾸준히 하기 힘들다
이건 어쩔 수 없다. 본인을 자책할 것이 아닌 게, 하루 종일 일하고 공부하고 오면, 피곤하고 쉬고 싶다. 사람이기에 본능적으로 그렇게 된다. 집에 오면 또 시간이 나는가? 그렇지 않다. TV도 봐야 하고 유튜브도 봐야 하고 새로 나온 영화도 봐야 하고 웹툰도 봐야 하고, 또 식사 준비도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고 쓰레기도 버려야 한다.
이런 와중에 유튜브에 들어가서 영어로 공부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냥 가끔가다가 컨디션 좋은 날 기분 좋게 한번 들어가서 좀 보다가 또 마는 것이다. 본인을 탓하지 마라, 삶이 정신없이 흘러가는 것을 거스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는데, 무엇인가를 도전해서 꾸준하게 하는 것은 혼자서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설사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꾸준하게 유튜브에서 영어공부를 한다고 하자. 그러면 더 큰 벽에 부딪치게 된다. 이놈의 영어는 늘 생각을 안 한다. 배우면 까먹고 배우면 까먹고 이렇게 몇 번 반복하다가 보면, 지치게 된다. '왜 안 늘지??' 3개월 정도 했는데 뭔가 가시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없다.
이 선생님이 가르치는 게 뭔가 문제가 있나 보다 생각이 들어서 다른 선생님 수업을 듣기 시작한다. 기분이 좋다. 뭔가 이 선생님 가르치는 게 더 좋아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또 3개월을 했는데, 여전히 나는 영어로 말 한마디 못한다. '에고 나는 언어적인 감각이 없나 보다....' '내가 문법이 제대로 정리가 안되어서 실력이 안 느는 건가?' '내가 단어를 많이 몰라서 실력이 그대로인가 봐' '원어민 전화영어를 해야 영어가 느는 건가?' '내가 더 열심히 영어를 공부해야지 이렇게 찔끔찔끔해서 안되나 봐' '복습을 열심히 해야지 이래 가지고 되겠어?'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여전히 영어는 제자리걸음이다.
편집자 입장에서 보는 유튜브 영어 공부의 문제점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영상이 잘 되려면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 "조회수" 그리고 "시청 지속시간"이다.
1. 조회수가 나오려면 흥미로워야 한다
냅다 영어만 가르치면 조회수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뭔가 흥미 있을만한 주제를 가지고 "살살" 영어를 가르쳐야 조회수가 나오게 된다. 실제 수업에서 하듯 학생들을 굴리면 그런 영상 30초도 안 보고 꺼버리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살살" 영상을 만들 수밖에 없다. 같은 내용으로 반복해서 복습하는 건 어떨까? 지루하다고 사람들이 안 보게 된다. 그래서 끊임없이 "새로운" "몰랐던" 내용을 가르칠 수밖에 없다.
2. 시청 지속 시간
사람들이 영상을 끝까지 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신선하고 흥미롭게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지루하다고 생각할 틈조차 주지 말아야 한다. 끊임없이 보는 사람들의 정신을 분산시켜야 한다. 한국말인데도 자막을 넣어서 눈길 한번 더 가게 하고, 중간중간에 자료화면 넣어서 장면 전환시켜주고, 카메라도 하나만 쓰는 게 아니고 다양한 각도에서 여러 개로 찍어서 계속 장면 전환을 줘야 한다. 자막 위에 또 텍스트를 넣어서 시선을 더 끌어야 하고, 배경음악 넣어서 오디오 비지 않게 해서 귀도 바쁘게 만들고, 효과음도 넣어야 한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들이 홀린 듯이 영상을 보게 만들 수밖에 없다. 그게 유튜브에서 "좋은" 영상이다. 그런 영상을 알고리즘이 좋아한다. 그러면서 생기는 문제는 사람들이 "홀린 듯" 입을 벌리고 영상을 본다는 것이다. 따라 해 보고, 써보고 할 틈이 없다. "이해"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그렇게 20분 영상을 멍하니 보고 나오면 전혀 기억나는 게 없다. 그리고 사람들은 스스로를 자책한다. '내가 열심히 안 해서 그렇지' '좀 더 열심히 복습을 해야지' '다른 선생님 없나?'
결론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기본으로 돌아가면 된다. 유튜브로 춤을 배우는 것을 생각해보자. 안무 영상을 틀어놓고 보기만 하면 춤이 늘까? 100번을 그렇게 봐도 춤을 추기는커녕 외우지도 못할 것이다. 보고 "따라 해야" 는다. 따라 해 보고 안 되는 부분은 반복적으로 해보고 해야 춤이 늘게 된다.
영어도 춤추는 것과 유사하다. 보기만 하면 절대로 영어가 늘지 않는다. 보고 따라 해 보고 안 되는 부분은 돌아가서 다시 해보고 또 해보고 될 때까지 해보면서 하면 영어는 반드시 늘게 되어있다. 다만 이 조언은 현실적으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누가 영어 영상을 그렇게 보겠는가? 한번 보기도 힘든데.
오해하지 말아라. 이미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유튜브에서도 충분히 배운다. 실력이 있으니 한번 보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초보자가 영어를 배우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