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로 영어 공부를 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아직까지 없는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미국 드라마로 영어 공부를 하기를 시도하고 실제로 하고 계신 분들도 많다. 내가 미드로 영어가 많이 늘었다고 하니 나에게 물어보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과 대화를 하면서 왜 내가 미드 공부를 성공했고 그분들은 반복되는 실패를 겪는지 깨달았다.
모르는 단어 찾아보기
미국 드라마를 보면 알겠지만, 일반인들이 처음 접할 때는 10%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이도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음 볼 때는 참 답답하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 모르는 단어들을 전부 검색해서 본다. 이렇게 한 번 두 번 하다가 보면 참 뿌듯하고 기분도 좋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영어 공부하는 것에 “문턱”이 생기게 된다. 영어 공부를 하려고 생각할 때마다, 영어 단어를 검색해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추가되는 것이다. 그러면 대부분 영어 공부를 미루게 된다. 여러분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사람은 부담되는 일은 미루는 경향이 있어서 그렇다. 이렇게 되면 미드에 재미 들리기 전에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스크립트 뽑아서 대사 외우기
일단 열정에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역시나 “문턱”을 만드는 행위임과 동시에 미드를 대하는 자세가 잘못(?)되었다. 주인공들과 사랑에 빠지고, 그들이 보고 싶고 그들의 삶이 궁금해지는 과정에서 영어는 “수단”일 뿐이다. 하지만 대사를 뽑아서 외운다는 것은 영어 자체를 “목적”으로 만드는 행위이다. 영어 자체는 아무런 맛도 향도 없다. 영어를 목적으로 잡는 순간 맛도 향도 없는 재미없는 여정이 될 것이다. 오래 지속할 수 있을까? 한 달 안에 끝나지 않을까 싶다.
단어장 만들기
모르는 단어를 모아서 공부한다는 효율성의 측면에서는 탁월한 선택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눈치챘겠지만 위 대사 외우기랑 같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이것도 못하게 하면 어떻게 단어를 외우라는 거냐?”라고 묻는다면 두 가지를 말해주고 싶다.
첫 번째, 단어를 많이 외운다고 영어가 느는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단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단어를 1만개 이상 알고 있는 제 친구들 중에 영어로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하는 친구들이 수두룩하다.
두 번째, 그냥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한국어 자막과 대조해서 대략적인 의미만 파악하고 넘어가면 된다. 어차피 다음 편에서 또 나올 확률이 많다. 그때 또 대략적으로 의미를 파악하고 넘어가고 이런 식으로 하다 보면 언젠가는 외워진다. 미드를 보실 때는 손 하나 까딱하지 말고 게으름 피우면서 봐야 꾸준히 볼 수 있다는 거 명심하기 바란다. 내가 게으른 것 같은가? 아니다. 나만큼 독한 사람 찾기 힘들 정도로 나는 엄청 독하다.
하지만 사람의 의지는 한계가 있다. 여러분의 의지력에 의존하지 마라. 의지력이 남아돌 때는 공부를 열심히 하겠지만, 의지력이 떨어졌을 때는 도무지 공부할 수가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문제는 의지력이 남아도는 날은 굉장히 적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공적으로 영어 공부하는 시스템을 만들 때는 내 의지력이 없을 때도 공부가 가능하도록 설계를 해야 한다. 그러면 지쳐 쓰러지는 날에도 영어공부를 할 수 있다.
노트에 표현 정리하기
미드를 보다 보면 정말 유용한 표현들이 나올 때가 있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깝다. 나중에 까먹게 될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정말 까먹을까? 그렇지 않다. 장담컨대 나중에 또 그 표현이 나왔을 때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노트에 적으면 여러분 얼마나 다시 볼 거 같은가? 장담컨데 열심히 예쁘게 적고 안볼 가능성이 높다. 본다고 해도 한 번 보고 방구석에 박혀있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본다. 어차피 안볼꺼 힘들게 적지 말고, 입으로 한번만 따라해보고 넘어가면 된다. 머슬 메모리는 여러분의 생각보다 기억력이 뛰어나다.
한국어 자막? 영어 자막?
정말 놀라울 정도로 많은 분들이 동일한 질문을 한다. “자막을 어떻게 해야 하니? 영어 자막만? 한국어 자막만? 둘 다? 아니면 자막 없이?” 물론 이렇게 질문하시는 분들의 마음은 이해가 간다. 이왕 할 거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인거 다 안다. 나는 이분들에게 이렇게 대답해 드린다. “미드를 최대한 재미있게 볼 수 있게 자막을 두고 보세요” 대부분의 경우는 한영 통합 자막으로 보는 게 가장 재미있다. 재미있어야 꾸준히 볼 수 있다. 재미가 우선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한영 통합 자막으로 보다가 다시 볼 때 이미 내용이 파악되었기 때문에 영어 자막으로만 보다가 그것도 파악이 되면 다 끄고 본다. 어떤 것이 학습 효과가 좋은가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법이 가장 재미있는가로 생각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재미있는 방법이 가장 학습효과가 좋다.
반복해서 미드 보기
대부분 미드로 공부하는 분들은 한번 보고 그 미드를 끝낸다. 처음부터 목적은 미드가 아닌 영어였기 때문에 한번 보고 끝나는 것이다. 나는 How I met your mother을 보면서 주인공들과 사랑에 빠졌다. 그래서 다시 보고 또다시 보고하다 보니 약 300번을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여러분이 정말 사랑하는 영화 드라마를 다시 보고 또다시 본 경험이 있는가? 그게 진정한 영어 공부이다.
드라마 20분 동안 나오는 모든 대사를 외워버릴 정도의 학습효과만한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머리 감으면서도 드라마 틀어놓고, 버스타고 가는 길에도 듣고, 친구를 기다리면서도 듣고, 길을 걸으면서도 듣고, 혼자 밥먹을 때도 듣고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루에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보게 된다. 이렇게 한달, 6개월, 1년 지나가다가 보면 어느새 늘어있는 영어 실력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