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달아봐

놓아 두기

by 하루

한낮 시내에 있는 절 경내는 불공드리는 사람, 관광 와 둘러보는 사람, 소원을 담아 등을 달러 온 사람, 나처럼 그냥 어쩌다 지나는 길에 들른 사람들로 분주하다. 절집 툇마루에 멍하니 앉아 있자니 스님 말씀이 들린다. 낮과 밤이 하루를 이루 듯 삶과 죽음이 한 몸이라고. 그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 해 놓고도 정말 그러하다는 걸 깨달아 알고 있지는 않아. 하루의 시간 속 내 행동과 생각은 진리를 담은 글이나 말씀과는 따로 논다. 아직 갖지 못한 걸 갖고 싶은 욕망과 이미 가진 걸 놓칠 것 같은 불안은 날 꽉 붙들고 놓아주질 않는다. 누가 붙잡는 건가. 누가 놓아주는 건가. 그냥 내가 놓으면 놓아지는 것들이다. 경내 마당 하늘을 가득 채우며 달린 소원들을 보며 '삶과 죽음이 한 몸임을 깨달은 사람이면 좋겠다. 그냥 놓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내 소망도 가만히 달아본다.


절집 새들은 인간의 욕망은 아랑곳없이 그저 먹이를 쪼으며 무심히 날다 서다 한다.


목탁소리, 풍경소리, 염불소리, 새소리 절간은 고요한 시간이 없다. 등아래 이름과 소원 달린 종이들이 바람에 날려 바스락 소리를 낸다. 날리는 모양이 바람 따라 부는 쪽으로 가지런해 세상 어수선한 방향 없는 부침들의 모양과 새삼 다르구나 싶다.


몸과 마음이 정처 없이 떠돌 때 절집 툇마루에 앉아 바람 따라 나를 놓아두는 법을 알게 되길 바라며 시간을 보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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