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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유히유영 Aug 20. 2019

부부는 무엇이든 함께해야 할까?

365일, 24시간 붙어 지내야 하는 부부의 고민 by 유자까

“오빠, 우리는 한 몸이잖아. 늘 함께해야지.”
“그렇다고 어떻게 모든 걸 다 같이 해. 사람이 개인 시간도 있고 그래야지. 이렇게 어떻게 살아?”(ㅠㅠ)
“말도 안 돼. 난 늘 함께하려고 결혼한 건데.”


아내 S는 무엇이든 나와 같이 하기를 원한다. 그에 비해 난 개인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S가 첫 직장을 퇴사하기 전까지 이 문제는, 우리 부부 중요 쟁점은 아니었다. S와 다른 일터에 있었으니 문제될 사안이 전혀 없었다.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을 개인 시간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분리를 경험했으니 말이다.


문제는 S도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시작됐다. 아니, 같은 직장에서 일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결혼 7년차, 그중 첫 3년은 다른 직장에서 근무했다. 이후 3년을 같은 직장에서 일했다. 현재, 마지막 1년을 집에서 함께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결혼에 대한 로망이 있는 미혼 후배들은 우리 부부가 사는 방식을 부러워한다. 그에 비해 결혼한 지인들은 부부 관계가 괜찮은지 걱정한다. 이런 모순이 없다.




부부란 어떤 관계여야 할까? 부부란 어디까지 함께하고, 열려 있어야 하는가. 개인 시간이 필요하다면 어디까지 보장해야 좋을까. 한 공간에서 너무 긴 시간을 같이 지내야 한다면, 분리는 어떻게 이뤄져야 마음이 상하지 않을까. 함께하는 시간이 긴 우리 부부가 깊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S가 모든 시간을 공유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업무 시간으로 여기는, S가 영상을 만들고 내가 글을 쓰는, 시간은 딱히 건들지 않는다. 물론 내가 새벽 늦게까지 글을 쓰는 날이면, 울상인 얼굴로 방에서 나와 “언제까지 혼자 있어야 해”라고 묻곤 한다. 그래도 최대한 서로 일하는 시간은 보장해 준다는 주의다.


충돌은 주로 여가 시간에 일어난다. S는 영화와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즐겨 본다. 나와 결혼한 후에는 독서하는 시간도 많이 늘었다.(물론, 독서보다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책 사는 걸 더 좋아하지만.) 하여튼 여가 시간을 무언가 보는 콘텐츠로 채운다. 나는 주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한다. 온라인 게임도 하고, 조카들과 나가서 놀고 싶어 한다. 아니면 S와 드라이브를 한다던가, 산책을 하는 것도 좋아한다.


S에게 여가는 채우는 시간이다. 나는 여가 시간을 통해 분출한다. 우리 둘이 부딪히는 이유도 여기 있다. 무언가 채우지 않으면 시간을 허비한다고 여기는 S가 보기에, 내 여가 시간은 에너지 낭비다. S는 친한 지인들과의 시간도 너무 많은 힘이 들어간다며 조심스럽게 생각하니, 다른 시간은 어떻겠는가. 무엇보다 과업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여가 시간에 에너지를 채우는 사람이니 어쩔 수 없다.


내게 여가는 좋아하는 활동을 하는 시간이다. 농구를 좋아해, 동네 아저씨들이 모인 농구 동아리에서 활동한다. 좋아하는 게임도 정기적으로 하루 한두 시간 정도 투자해 줘야 한다. 내게 영화와 드라마는 그야말로 쉬는 시간에 할 활동이다.(참고로 드라마는 시청 시간이 길어져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주말이 다가오면, S에게 조카들 보러 가자고 졸라댄다. 이런 활동이 나를 충만하게 한다. 그래서 좋아한다.


사이가 굉장히 좋지만, 매일 싸우는 걸로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진 부부.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우리 부부가 24시간 붙어 지내기 시작한 이후부터 가장 치열한 이슈가 되었다. S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와 드라마를 함께 보자고 권유한다. 물론 함께 본다. 그리고 함께 토론한다. 우리 상황과 현대 사회에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지 긴 시간 대화한다.


함께 글도 쓴다. S는 글도 잘 쓰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내가 글쓰기 연습하던 방법으로 한 주에 두 시간씩 함께 글을 쓴다. 책도 함께 읽는다. 한 주에 하루, 두 시간 정도 책 한 권을 윤독한다. 특히 S가 혼자라면 절대 읽지 않을 서적을 선정해 읽고 있다. 나는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독서해 왔다. 어떤 의미에서 책 읽기는 업무와 같은 일과가 되었다. S가 결혼 후 독서량이 늘어난 것도 내 책들이 불러 일으킨 호기심 탓이 크다.


하여튼 의외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S는 그 시간들이 늘 부족하다 여긴다. 나는 S에게 일하는 시간을 줄이라고 요구한다.(S의 일 사랑은 앞선 포스팅에 간단히 소개하였으니 함께 읽어 보시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S는 내 여가 활동 시간이 너무 길다고 나무란다. 이 주제로 대화하면 끝이 없다. 우리 둘은 이 부분을 두고 7년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도저히 어느 지점에선가 만날 것 같지 않다.


S는 내게 게임 시간을 줄이라고 요구한다.(내가 함께 즐기고 싶은 콘텐츠인데, S는 전혀 같이 할 마음이 없다.) 하루 두 시간 정도 게임 시간은 너무 길다는 것이다. 내가 매일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니다. 특별한 기간, 내가 15년간 정성껏 해온 온라인 게임 확장팩이나 새 콘텐츠가 나온 기간, 두세 달 정도 열심히 한다. 실제 지난해 8월, 새 확장팩이 나오고 열심히 게임을 하다 11월 초 잠시 접었다. 지난 6월 말, 새 확장팩이 나와서 지금까지 열심히 하고 있을 따름이다. 아마 다음 달 정도면 다시 접어둘 것이다.


이야기가 빙글빙글 돌았다.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시간도, 부분도 다른 우리 부부는 지금도 함께하는 시간을 어떻게 정의할지 고민하고 있다. 분명 다른 부부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겠지만, 이를 부족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어쩔 수 없다. 아마 맞춰보고, 새로운 콘텐츠로 우리 간극을 줄여보려 노력할 것이다. 그 분이 과연 만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S는 나와 글쓰기와 독서를 함께 해서 늘 좋다고 말한다. 그런 시간을 더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해결책은 간단한 듯, 쉽지 않다. 


p.s. 참고로 S가 내 여가 활동을 이해해 보려고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다. 지금도 이해하려는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게임하는 남편을 이해하려 인터뷰를 시도해 영상으로 만들기도 했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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