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유히유영 Aug 24. 2021

우리는 계속 탄수화물을 먹는다

당뇨 식단으로 변하기까지 (1) by 유자까

주> 식단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당뇨는 쉽게 잡힐 병이 아니다. 그러니 내 경험은 일반화할 수 없다. 그것을 알리고 시작하려 한다. 병원에서 주는 약 잘 먹고, 의사 말 잘 듣는 방법이 바로 당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첫걸음이다.


작년 11월 말,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머리에 핏줄이 보이지 않는, 그리고 모야모야병 인자가 있다고 의사는 진단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내가 상당히 높은 수준의 당뇨병 환자라는 점이었다. 40대 초반인데 600이라는 너무 높은 수치는 절망 그 자체였다. 그런데도 그날 저녁을 병원에서 먹은 나는, 그게 일반식으로서는 마지막 식사라는 사실에 가슴 아파했다. 당 수치가 비정상이란 걸 병원에서 인지한 후 바로, 당뇨병 환자 식단으로 바뀌었다. 


의사는 “몸이 뇌경색으로 벌써 반응했으니,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슬픈 11월의 마지막 주간이었다. 처음에는 주사 2개를 내가 스스로 놓고, 당뇨약까지 먹었다. 그러나 두 달 만에 주사를 끊었고, 한 달 후 피검사 결과를 본 의사는 복용하던 약을 중단해도 된다고 했다. (단, 뇌경색이 있었기 때문에 혈관약은 계속 복용하라고 했다.) 11월 말에 입원했을 당시, 600까지 찍었던 식후 혈당 수치도 정상적으로 안정화됐다. 내게 기적이 찾아왔다.


식단 변화를 시도해 본 경험이 있다면 잘 알겠지만, 보통 먹던 습관은 잘 변하지 않는다. 다이어트 식단이나, 비슷한 채식 종류의 식단도 쉽지 않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입맛이 돌아오는 탓이다. 나도 식단을 바꾸기가 어려웠다. 


아내가 보고 있으니, 식단의 변화는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24시간 붙어 지내는 껌딱지였다. 무슨 음식을 먹으려고 해도 아내 허락부터 받아야 했다. 그리고 채식 중심의 식단이 내 앞에 차려졌다. 혈관에 좋다는 비트, 당근, 양파와 양상추 같은 채소가 주를 이뤘다. 물론, 그 와중에도 내가 밥을 차릴 일이 많았다는 게 함정. 


식사가 재미없어지면 사는 맛이 안 난다. 너무 슬픈 일이다. 살면서 지금까지 이런 식단으로 밥을 먹어 본 적이 없다. 그러니 당의 근원을 생각하게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심각하게 당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답은 쉽게 나왔다. 중·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배운 수준이다. 


당은 단 음식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탄수화물도 전부 당으로 쌓인다. 생각해 보니, 내가 당으로 치는 음식 중 탄수화물은 빠진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좋아하는 밥은 탄수화물이다. 밀가루로 된 빵이나 과자, 심지어 면도 탄수화물이다. 과자에 묻은 초콜릿 역시 당, 거기에 수많은 음료가 전부 당이다. 무수한 음식이 탄수화물과 당, 나트륨으로 이뤄져 있다. 내가 채소를 많이 먹어도 당이 오르는 이유는 음식에 있었다. 


책도 읽었다. 우리 식사가 잘못되었다는 책이었는데, 당뇨 환자가 많은 일본의 의사가 썼다. 비슷한 내용의 다른 저자가 쓴 책에서도 읽었다. 그 책 역시 탄수화물도 당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아마, 내 생각이 틀리지 않는 느낌이 든다. 꽂히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스타일인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모든 문제는 당, 탄수화물에 있었어. 이걸 조절하면 당이 잡힌다는 강한 확신이 들어.”


그러자 아내는 “그래서 어떻게 먹으려고?”라고 답했다. 순간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러게, 뭘 어떻게 먹어야 하지? 중요한 지점을 찾았으니 어떻게 실천할까. 가장 중요한 질문이, 누구나 아는 답을 찾은 내게 내려졌다.(다음 글에서 계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