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안실

절규

by 김승예

경찰은 수색을 이리저리 다니기보다, 어떻게든 단서를 얻어보려는 듯 유정에게 수없이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유정의 몸은 먼저 반응했다. 심장이 한 박자 먼저 내려앉고, 손바닥에 식은땀이 배었다.
“어머니가 자주 가던 곳이 어딘가요?” 하고 묻는 경찰의 말에, 유정은 “글쎄요... 집을 잘 안 나가셔서요...”하며 머리만 긁적였다.
그 대답이 얼마나 무책임하게 들릴지 알면서도, 다른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엄마의 세계는 늘 집 안에만 있었고, 그 안에서도 유정이 알지 못하는 구석이 더 많았으니까.


숨바꼭질도 이쯤이면 끝내야겠다고 마음먹고, 경찰서로 향하려던 그때였다. 문손잡이를 잡은 채, 유정은 잠시 서 있었다. 발을 떼는 순간 모든 것이 되돌릴 수 없게 굳어질 것만 같았다. 그때 이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유정아...”
이모의 목소리는 반쯤 울먹이고 있었다. 말끝이 떨리더니 울음을 참느라 말을 잇지 못했고, 곁에 있던 이모부가 전화를 대신 받았다.
“어, 유정아. 이모부다.”
“네.”
“지금 상실병원 정문에서 보자.”
그 한 문장은 설명도, 망설임도 없이 떨어졌다. 유정은 묻지 않았다.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병원에 도착하자, 흡연실에 있던 이모부가 피우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끄고는 유정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연기가 채 가시지 않은 공기 속에서,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뒤늦게 코를 찔렀다.
“어, 유정아. 이게 몇 년만이냐. 못 본 지 한 다섯 해쯤 됐지?”

유정은 명절마다 엄마와 집 안에만 머물렀기에, 친척들과 얼굴을 맞댄 기억이 아득했다. 그나마 이모가 엄마 몰래 따로 용돈을 챙겨 준다는 이유로 해마다 한 번쯤은 얼굴을 비췄지만. 바쁜 이모부와 마주칠 일은 없었다. 그래서일까. 언제 그랬냐는 듯 민머리가 된 이모부의 모습이 낯설게 다가왔다.
기억과는 너무 달라 순간 흠칫한 유정을 눈치챈 이모부는 머쓱하게 웃으며, 차가운 바람에 분홍빛으로 물든 머리를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그 손짓이 쓸쓸하게 보였다. 시간을 증명하는 표식처럼.

“유정이 이제 다 컸구나. 전에 봤을 땐 이만했는데.”
이모부는 허리께에 손을 갖다 대며, 마치 옛날을 떠올리듯 웃었다.

그 웃음은 오래가지 못하고, 공기 중에서 어정쩡하게 식어갔다. 안부를 묻는 것 이후로도, 10분쯤 의미 없는 이야기가 오갔다. 병원 앞 벤치에 앉아 날씨 이야기를 하고, 요즘 경기가 어떻다는 말을 주고받는 동안, 유정은 발끝만 내려다보았다.
이모부는 이제 더 이야기할 주제도 없고, 왕래도 없었던 처형의 죽음을 그 딸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에 대한 망설임도 가라앉은 듯 보였다. 그는 목소리를 조심스럽게 낮추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유정아... 네가 병원으로 오게 된 이유는 말이지... 너희 어머니가 실종된 게 아니라, 돌아가셨어.”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 이모부의 얼굴은 마치 짐을 내려놓은 노새처럼 한결 가벼워진 인상이었다. 긴장을 내려놓은 어깨는 이상하리만치 편안해 보였다. 그 모습이 유정의 시야에 또렷이 박혔다. 슬픔보다 먼저, 설명할 수 없는 이질감이 밀려왔다.

“어떻게요?”
유정은 속으로는 덤덤했지만, 최대한 침울한 얼굴을 하고 물었다. 이 질문이 예의라는 걸 알고 있었고, 울지 않는 자신이 비정해 보일까 두려웠다.

“저수지에 빠지셨대. 거기서 낚시하던 사람이 오늘 아침에 발견했다고 하더라.”

“아...”
유정은 짧은 숨을 들이켰다. 가슴 안쪽 어딘가에서 식은 돌멩이 같은 것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물속에서 부풀어 올랐을 엄마의 얼굴이, 설명도 없이 머릿속에 그려졌다가 이내 사라졌다.

서로 입을 닫고 침묵만 공유하던 그때, 이모부의 전화벨이 울렸다. 그 소리는 지나치게 또렷해서, 마치 이 순간을 재촉하는 신호처럼 들렸다.
“어, 어, 지금 같이 있어. 응, 알았어, 갈게.”
이모부와 유정을 찾는 이모의 전화였다.


사방이 유리로 된 노출형 엘리베이터가 지하로 내려가자, 풍경은 점점 딴 세상이 되었다. 위층의 밝은 로비가 유리 벽 너머로 멀어질수록, 사람들의 말소리와 발걸음은 얇은 막을 씌운 것처럼 희미해졌다. 유정은 엘리베이터 바닥에 발이 붙은 듯 꼼짝하지 않은 채, 천천히 가라앉는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위층에서 들리던 말소리와 움직임이 멀어질수록, 유정의 어깨에는 설명할 수 없는 압박이 내려앉았다. 마치 삶과 죽음의 경계에 발을 들이는 기분이었다. 아직 완전히 들어서지도, 되돌아 나올 수도 없는 애매한 지점.

이모부도 같은 기분이었는지, 깊은숨을 내쉬며 면도를 하지 못해 거칠게 자란 수염을 손등으로 문질렀다. 유리벽에 비친 그의 얼굴은 몇 겹으로 겹쳐 보였고, 그중 어느 것도 온전해 보이지 않았다. 그 얼굴엔 말 못 할 피로와 부담이 어른거렸다. 감당해야 할 말이 목에 걸린 사람의 얼굴이었다.

지하 2층에 도착했을 때, 엘리베이터 앞에는 이모가 하얀 가운을 입고 마스크를 쓴 여자의 부축을 받고 서 있었다. 검시관이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찬 공기가 밀려 나왔고, 그 냄새에는 물기와 소독약, 오래 닫힌 공간 특유의 음습함이 섞여 있었다.
피부 관리에 공을 들이던 이모는 늘 또래보다 어려 보였지만, 그날은 눈이 완전히 꺼져있었다. 햇볕 없는 지하에서 오래 머문 사람처럼, 생기라고는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유정이 다가가자, 이모는 아무 말도 없이 눈에 초점을 잃고 잠시 바라볼 뿐이었다. 그 눈은 유정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움직이는 무언가를 반사적으로 쫓는 듯 보였다. 마치 이미 중요한 것들은 다 놓쳐버린 사람처럼.

이모부는 검시관으로로부터 힘없이 늘어진 이모를 조심스럽게 받아 부축했다. 이모의 몸은 생각보다 가벼워 보였고, 그 가벼움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러자 검시관은 어깨 죽지를 한 번 펴고는 겨드랑이에 클립보드를 낀 채 무표정한 얼굴로 앞서 걸었다.
뒤돌아보거나 말 한마디 없이 복도를 지나, ‘검안실’이라 적힌 문 앞에 이르러서야 멈춰 섰다.
하얀 글씨의 ‘검안실’이라는 단어가, 유정의 시야에 유난히 또렷하게 박혔다. 그 안에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 그제야 현실처럼 느껴졌다.

“그럼 이제 고인을 확인하실 건데요.”
검시관은 검안실 앞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는 이모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목소리는 낮고 평평했지만, 그 안에는 이미 수없이 반복해 온 말의 무게가 배어 있었다.
“짐작하시겠지만, 시신 상태가 좋지 않아서요. 충격을 받을 수 있어서, 보호자 한 분만 들어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순간, 이모부가 조심스레 고개를 들며 말했다.
“제가 들어가겠습니다.”
이모의 상태로 보아선 이대로 들여보낼 수 없다고 판단한 듯했다. 그의 말은 결심이라기보다는, 미루기 위한 선택처럼 들렸다. 그러자 이모가 몸을 일으키며, 희미한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
“왜 당신이 가요. 가야 할 사람이 있다면... 내가 가야죠. 10년 동안 전화로 싸우기만 했지, 언니 얼굴도 못봤는데...”
말을 잇는 동안 이모의 숨은 가늘게 끊어졌고, 마지막 문장은 거의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여자는 이모의 상태가 심히 걱정됐다. 이모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유정도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모의 의지를 꺾기 어려우리라 느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대신, 이모부와 함께 들어가는 조건을 덧붙였다. 그 타협은 배려처럼 보였지만, 동시에 이 비극이 이미 정해진 절차 속에 있음을 드러내는 신호 같았다.

그때 유정이 조심스레 말했다.
“저는요? 저도... 마지막으로 엄마를 보고 싶어요.”
자신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또렷하게 울려 퍼지자, 유정은 잠시 스스로에게 놀랐다. 울음도 떨림도 없는 말이었다.

검시관은 순간 눈을 질끈 감더니, 마치 머릿속에서 바르게 셈을 끝낸 사람처럼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이렇게 하죠. 두 분이 먼저 들어가셔서 확인하시고, 괜찮다고 판단되면 따님도 보도록 할게요. 어머니 마지막으로 뵙고 싶은 따님 마음도 이해하지만, 아직 미성년에다가, 처음 본 그 장면이 평생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도 많거든요. 신중해야 해요.”
그 말은 친절했지만, 동시에 단호했다. 아직 유정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세계가 있다는 선언같았다.


이모와 이모부가 검안실로 들어간 사이, 유정은 의자에 앉아 발끝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발등 위에 얹힌 형광등 빛이 유난히 창백해 보였다. 신발 끝에 묻은 먼지 한 톨까지 또렷이 보일 만큼, 주변의 공기는 과도하게 맑았다. 그 맑음이 오히려 숨을 막히게 했다.

그때, 문 너머에서 터져 나온 이모의 울음소리가 텅 빈 지하복도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아아아악! 어떡해... 허어, 흐으흑... 남은 사람은 어떻게 살라고...”
비명에 가까운 그 울음은 벽과 바닥에 부딪혀 몇 번이나 되돌아왔다. 복도는 소리를 삼키지 못하고 그대로 토해냈다.
유정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들면, 그 울음이 곧장 자신의 얼굴을 덮칠 것 같았다. 생각보다 훨씬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직감하며, 유정은 엄마를 직접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검안실 문은 닫혀 있었지만,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울음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이모와 이모부가 나온 문틈을 지켜보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하얀 천 바깥으로 삐져나온 머리카락과 부르튼 발등만이 전부였다. 그 조각난 일부만으로도, 엄마의 마지막 상태가 얼마나 참혹했는지가 역설적으로 선명해졌다.

눈물로 범벅이 된 이모는 부축을 받고도 제대로 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의자까지 가기도 전에 바닥에 주저앉더니 이리저리 몸을 굴리며 울부짖었다.
“언니... 어떻게 언니가... 엄마한테 내가 뭐라고 말해... 이 이기적인 년아...”
원망과 애도의 경계가 무너진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모는 고개를 감싸 쥐며 머리채를 쥐어뜯다가 결국 바닥에 토를 하고 말았다.
신음과 구토 소리가 뒤엉켜, 이곳이 병원이라는 사실조차 흐릿해졌다.

그 모습을 보며 유정은, 그동안 엄마가 괘씸하다는 이유로 장소를 알리지 않은 것이 후회됐다. 어쩌면 엄마는 마지막까지 남겨질 가족들을 염두에 두고 자신이 조속히 발견되길 바랐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자신은 그 배려를, 빈 양동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발로 차듯 그렇게 무시해버린 것이었다. 그때의 냉정이 지금에 와서야 무게를 얻어, 유정의 가슴을 눌렀다.

‘저수지에 발을 내딛는 순간, 엄마는 자신이 그런 모습으로 불법 낚시꾼에게 발견될 줄 알았을까?
엄마는 나를 믿고 유서를 발견한 내가, 바로 경찰에 알릴 줄 알았겠지.
내가 아니라 윤이 태어났더라면, 아니면 윤과 죽지 않고 나와 함께 태어났더라면, 엄마는 지금쯤 저기에 누워있는 게 아니라, 멀쩡한 남자와 다시 가정을 꾸리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을까. 조금은 덜 외롭고, 조금은 덜 상처받으며.’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그 끝은 언제나 ‘만약’이라는 단어로 흐려졌다. 이미 닿을 수 없는 가능성들만이, 유정의 머릿속을 배회했다.


이모가 이모부의 부축을 받고 화장실로 가고, 검시관이 토 냄새에 미간을 찌푸린 채 차트를 넘기고 있을 때였다. 유정은 더는 앉아 있을 수 없다는 듯,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성도, 절차도, 조심하라는 말도 모두 뒤로 밀어낸 채 검안실 문을 열며 안으로 몸을 던졌다.

물고기 밥이 되어 살점이 너덜거리든, 이미 심하게 부패해 악취가 코를 찌르든, 밤마다 그 끔찍한 형상이 꿈속에 떠오르든 상관없었다. 그 모든 것보다 견딜 수 없는 건, 끝내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엄마를 보내는 일이었다. 엄마를, 마지막으로 안고 싶었다. 그 한 번의 접촉으로라도, 이 죽음이 진짜였음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 바람은 오래가지 않았다. 유정이 엄마에게 가 닿기도 전에, 검시관의 날렵한 손길이 유정을 팔로 저지하며 움직임을 막았다. 전문적인 손놀림이었다. 감정이 개입될 틈조차 없는, 익숙한 제지였다.

엄마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눈앞에서 좌절되자, 유정은 힘이 풀린 채 그 팔에 그대로 매달린 채 흐느꼈다. 몸은 버둥거렸지만, 울음은 이상하리만치 가늘게 새어 나왔다.
“저도 볼래요. 엄마 볼래요...”
공허한 외침만이 텅 빈 복도에 길게 메아리쳤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고, 그 침묵 속에서 유정은 처음으로, 정말로 엄마를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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