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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Mar 19. 2016

일상에도 관성의 법칙이

Shanghai #34

잠이 잠을 부르고, 식욕이 식욕을 부르고, 귀찮음이 귀찮음을 부르는 법. 요즘 상하이는 우기. 비가 비를 부르는 날들이다. 비가오니 움직이기가 싫고, 움직이기 싫음이 움직이기 싫음을 불러, 운동가기 싫음까지 부르고, 그것이 운동가기 싫음을 쓰나미로 불러와 발레수업을 빠지는 날들이 쌓이고 있다. 안하고 싶은 것을, 보다 적극적으로 안하고 싶어지는, 참으로벗어나기 힘든 관성의 법칙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 내 직장생활도 관성의 법칙으로 그렇게 뺑뺑이를 돌았다. 그래서 일을 멈추니 그렇게 휘청거렸나 보다. 다시 열심히 운동하는 방향으로 관성을 찾아야 하는데, 마침 또, 미리 준비했던 여행일정이 닥쳤다. 역시 여행은 준비하는 게 맛이라 늘 하던대로 준비를 했는데, 이것도 관성인지 내 버릇을못 버린 기분이다


비행일정과 숙소의 위치, 가는 방법, 가서 볼 것, 도시간이동 경로, 경비 등등을 정리했다. 누구에게도 컨펌받지 않는, 나와 남편을 위한 요약정리일 뿐인데, PPT에 사진을 첨부하고 폰트와 자간까지 조정하고 있는 내모습을 발견했다;; 에지간히 해라.고 누가 말했다. 


'모든 물체는 자신의 운동상태를 그대로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다'는 관성의 법칙으로 볼 때, 나는현재, 몸을 쓰지 않는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하고, 다만 책상에 앉아 파워포인트를 만드는손가락의 운동상태만 유지하고 싶어하는가 보다.


그래 이게 원래의 나였다 상하이에 온지반년이 지났어도 나의 운동성은 결국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보다 더 '몸을 쓰며 사는 사람'으로 방향을 틀어봐야겠다. 또 잠시 휘청거리기야 하겠지만.




201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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