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nghai #77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사람의 인성을 판단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은 말이다. 하나를 보고 열을 기대했다가 실망했던 사람도, 하나는 이상했는데 칠팔구십이 괜찮아서 여태 좋은 친구로 지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일에 있어서는 그 말이 상당히 적용된다. 특히 어떤 일을 수년간 해온 사람의 하나라면, 그것은 하나가 열을 의미한다. 부사수가, 외주처가 가져온 일의 조각들은 언제나 그들 업무 전체를 대변했다. 나 역시 같은 방식으로 십수 년 매겨졌을 것이다.
S양이 몇 달 전, 처음 내게 18세기 유럽의 그것 같은 유리병 캔들을 선물했을 때, 나는 그 '하나'를 봤다. 시험 삼아 만들어봤어요.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는 우아한 퀄리티가 반짝거렸다. 그리고 엊그제, 상하이로 돌아오는 친구 편에 S양은 두 번째 선물을 보내왔다.
석고 방향제.라는 게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것이 제습에 좋다는 사실도.
비즈 캔들.이라는 건 지난해 체코에서 사 온 것이 있는데 -딸랑 1개- 여태 그것이 정확하게 뭔지도 모르고 썼다.
그게 천식과 기관지 비염에 좋다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꿀벌들 마저도 사랑하고 싶어 졌다.
나는 S에게 -네이놈 치면 다 나올- 상하이 생활에 대한 조언 몇 마디를 해주고
네이놈을 백번 검색해도 나 같은 흙손은 평생 만들지 못할
고급지고 향기로운 아이들을 선물 받았다.
S가 어떻게 자신의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지
하나. 둘. 까지 보았더니 열. 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진다.
좋은 감각과 일에 대한 집중력이 있으니,
앞으로 다가올 그녀의 상하이 생활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나는 먼저 배운 저급 비속어 중국어를 가르쳐주면서
가끔씩 S의 작업물이나 구경해야지.
이곳의 예쁜 길들을 함께 걸어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