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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Mar 19. 2016

새 살림, 새 밤

Shanghai #2

남편은 피곤해서 저녁과외를 취소했다. 

같이 저녁을 먹고 무인양품에서 아이쇼핑이나하고 가려던 참이었다. 

"자기야,딱 저거야 저 소파의자가 우리 창문에 딱이야!"


나는 그걸 어떻게 가져갈지 보다, 그게 놓인 장면만을 상상했다.

비 오는 귀가 길을, 그는 소파의자를 우산 삼아 걸었다. 들고 오다 목이 돌아가기도 했다. 

샤워를 냅다 하고, 와인 한잔에 육포 다섯 개를 까먹고, 정말 맘에 든다는 나의 감탄사 연발을 듣고서야 그의 피로는 진정됐다.

우리가 밤 풍경을 즐기는 동안 김동률은나지막이 노래를 이었다.


TV를 틀어놓지 않는 밤, TV를 틀지 않아도 외롭지 않은 밤, 

남편은 이제 그런 밤이 좋다고 했다. 

우리가 서울에서 함께 살던 시절에는 없었던밤.


늦은 약속도, TV도, 천장 중간의 커다란 조명도 없는 밤은 조금 어둡고, 조금 적막하지만 

자신에게도, 서로에게도 사려 깊어진다는 걸 알았다.

우리의 밤은 상하이에서 다시 쓰여지고있다.


201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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