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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Mar 19. 2016

아는자들의 천국_상하이 Cafe [ON-AIR]

Shanghai #55

현지 카페덕후를 만난 이후로 나의 카페라이프가 더욱 풍성해졌다.

오늘은 카페덕후 K와 그의 여친 J를 함께 만나는 날,

골목마다 상하이의 it-카페들이 보석처럼 박혀있는 

샨시난루(Shanxinanlu / 陕西南路)로 간다.


당첨 카페는, 명성으로만 들었던 카페 [ON AIR]

마침 해가 좋았고 

봄을 만끽하러 나온 사람들이 시내에 가득찼다.

이런날에 유명한 카페에 간들, 앉아서 커피한잔 마실 자리가 있을까.


기우였다.

이곳은 주말에 토하듯 우르르 거리로 쏟아져나와, 

이 토요일을 즐길 수만 있다면 아무 카페여도 상관없다는듯 앉아 

시끌벅적 커피를 들이키는 대로변의 무리들과는 상관없는 곳이었다. 


지도상으론 분명 큰길에 있었다.

큰길에 있지만, 큰길의 낯선 문으로 들어가 

다시 좁은 골목으로 우회전해서 

있는둥없는둥 눈에 띄지도 않는 간판을 그냥 지나치고,

골목의 막다른 곳에 들어서야

이게 정말 그 카페가 맞는지 사방으로 둘러본 뒤,

(여기까지 큰길에서 불과 10초의 거리) 

이 문이 정말 카페의 정문이 맞는지를 의심해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문을 밀었다가

안에서 펼쳐지는 밝고 향기로운 분위기에 

눈과 코와 마음이 확 열리는 느낌이랄까.

커피를 다 마시고 카페를 나와서야 눈에띈 간판. 이 곳을 모르고 오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없다. 아는 사람만 발견하는 귀여운 간판

카페 정문인지 남의집 현관문인지 분간이 안돼 십여초를 망설였다. 아님말고 심정으로 문을 열었을때 펼쳐진 풍경이 지금까지도 각인되었다.

마치 창밖의 저 건물이 있어 여기에 카페를 시작했어요. 하는 느낌이다. 이 카페 분위기의 5할은 옆건물의 힘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 곳의 가구들이 심상치 않다. 테이블 하나 의자하나 조명하나까지 느낌있다.

나는 언제나그렇듯 아메리카노. 앞에 앉은 커플은 플랫 화이트와 카페라떼를 마셨다.

아메리카노는 K의 말처럼 발란스가 좋았고 원두의 풍미가 부드럽게 살아있다.

내 입맛에는 좀더 다크한 아메리카노가 좋지만

아직 다른 드립커피 맛을 못본걸로 기대를 조금 남겨둔다.


커피맛만을 보러 가기에도

한가로운 주중 낮에 찾아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기에도 좋은 카페다.

그렇지만 남들에게, 여기 님들이 모르는 좋은 카페가 있다고 

마구 알려주고싶지는 않은 카페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끌벅적한 무리들이 큰길을 차지하고 있을때

아는자들만이 조용히 골목에 들어서서

정문같지 않은 정문을 슬쩍 밀고들어와,

잘 내린 커피한잔을 조용히 앞에 두고

정체는 알 수 없지만 무척 아름다운 옆 건물을 한가롭게 들여다보며

조근조근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라 좋았다.


그날 처음만난 J에게 선물을 받았다.

직접 만들었지만 잘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며 수줍게 그것을 내밀었을때

나는 그 정도의 아름다운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직접 주문해서 만들었다는 단단하고 이쁜 박스를 열자

토요일의 햇빛만큼이나 눈부신 그것이 들어있었다.


너무 이뻐서 소리를 지를뻔했다.

플로리스트인 그녀가 만드는 꽃다발의 느낌까지도 알 것 같았다.

전문가에게서 꽃과 식물들에 대한 꿀정보도 얻었는데

이런 선물까지 받게 되다니.


박스에 새겨놓은 말은 오히려 내가 해야겠다.

Thank you.

Merci.

to J.         



2016.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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