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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Mar 19. 2016

이삿짐 부메랑

Shanghai #11

상하이 최고의 빵집을 가기로 한 주말이었다. 이케아 구경도 가고, 처음으로 한인슈퍼에서 장도 보고.

그런데 갑자기 (3주전에 부쳤던)이삿짐이 통관절차가 끝나 예상보다 빨리 도착한다는 소식이 왔다.

바로 다음날, 토요일이었다.


좀 당황했다. 아마도 내 짐을 보냈다는 사실을 까먹고 있었던 것 같다. 부칠 땐그렇게 아쉽고 애틋하더니만, 물건 정이라는 게 다 그렇지. 토요일아침, 일어나 눈꺼풀도 다 안 열렸는데, 이삿짐센터는도착했다. 그렇게 총 47개의 크고 작은 박스가 느닷없이 우리에게 던져졌다.


아니 서울 집이랑 여기 집 사이즈도 비슷하고, 이미 서울에서 많이 버리고 왔는데, 왜 이렇게 집이 꽉 차지?


그럴 수밖에. 어느새 우리는, 우리의짐이 아니라 각자의 짐으로 살고 있었으니까. 두 집을 합친 거니까. 

중복되는 살림이 너무 많았다.. TV는 3대, 식탁은두 개, 밥솥도 두 개, 밥주걱도 두 개, 밥그릇도, 수저도, 슬리퍼도다 두 개씩이었다.  반은 버려야했다. 우리는 각자의 물건을 내밀었다. '가위바위보, 하나 빼기'방식으로, 더 좋은 물건이 이기고 나쁜 게 버려졌다. 다시 몇 박스의 큰 쓰레기를만들고서야, 우리의 살림은 하나로 합쳐졌다.


서로'각자의 것'들을 하나씩 버리고, 남은 것들을 '우리의 것' 로병합하는 일. 

그것이 이번이사의 핵심이었고, 우리의 진짜 새 출발이었다.

그래, 이제여기가 진짜 내 집이, 우리 집이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합쳐지지 못한 것, 책장이다. 두 사람의 인생이 온전히 병합되는 것은, 역시 안될 일인가 보다.


201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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