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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Apr 01. 2016

린넨의 심장 어택_상하이 두번째 패브릭 마켓

Shanghai #65

역시 우리는 하수였다.

며칠 전 방문한 패브릭 마켓은 하수급 레벨이었고,

더 많은 원단에, 더 깔끔하고, 더 활기찬 마켓이 다른 곳에 있었다. 역시 상하이 선배, 두잉의 달인 S가 있었기에 쉽게 방문 가능했다.


오늘 한국으로 떠나는 Y가 없는 시간을 쪼개서 함께 갔다.

Y와 처음 만나는 S는 택시 안에서 처음 만나 통성명을 했다.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은 더 빨리 친해진다. 타지에서 도움을 받는 사이라면 더욱더.


만나자마자 곧장 패브릭 마켓으로.

Y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남짓, 린넨 원단을 구경하고 커피까지 마실 시간이 있을 리 없었는데.


마켓에 단골가게가 있는 S덕분에 빠르게 좋은 집을 점찍고, 그곳의 분위기를 눈에 익힌 후, 빠르게 이동하여 티엔즈팡에 있는 S의 단골 카페를 찾았다.


들어서자마자 한눈에 매료된 공간

이 곳의 고양이는 좀 멋지고, 좀 능청스럽다.                                                                                     

분위기가 이쯤 되면 사실 커피맛은 좀 떨어져도 괜찮은데. 라떼 만드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은 바리스타     

이런 테이블을 우리 집에 갖다 놓고 싶은 거다. 나는.

이런 꽃장식과 함께.

아직 포기하지 않은 로망의 비주얼                                                                      

맛이 일품이라는 말차라떼는 비주얼도 예술이다. 내 아메리카노는 최근에 마셔본 것 중 최고였다.

진하면서도 모든 풍미가 살아있다. 커피잔까지 완벽.

방금 전 S가 구입한 린넨천과 거의 비슷한 게 테이블에 깔려있었다. 나는 결심했다. 우리집 원목식탁의 촌스러운 유리판을 저런 것으로 덮어야겠다고.

극소수의 '내 사진'보다 더 희귀한게 '맘에 드는 내 사진'이다. 그 어려운걸 해냈다. S가. 그들의 사진도 찍었는데 '그 어려운 걸' 나는 해내지 못한 것 같다.


Y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콜라 들이키듯 마시고 곧 일어나야 했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카페를 찾길 잘했다.


오전에 기분이 엉망이었던 S도

스케줄이 다 꼬여버린 Y도

얼떨결에 정신없어진 나에게도


예쁘고 맛있는 카페는 약이다.

공유할게 많은 사람이면 더더욱.


기분 좋게 집에 돌아와 '여기서는 매우 소중한' 참깨라면을 꺼내, 500리터 물과 4분 끓이기의 정확한 레시피로 저녁을 완성했다.


정확하게 완벽한 맛을 앞에 두고도

이토록 촌스럽게 반짝이는

식탁 유리판이 내내 눈에 거슬린다.


천만 사면 마무리를 할 수 없어 아까는 망설였는데,

일단 사서 마감 없이 걍 덮자.

미싱질은... 다음 생에 하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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