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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씨 Jul 24. 2023

여행에선 뭐든 다 괜찮으니까

남해 뚜벅이 여행 2일 차


여행을 와서도 쉬지 못하고 바쁘다. 아이패드로 언제 나올지 모를 다음 책의 표지를 그리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도 글이 떠오르면 휴대폰 메모장을 연다. 책을 한두 장 읽다 보면 또 뭔가 떠오르고, 또 메모장을 열고. 또 그림을 그리고.

여행지에서는 으레 잠을 설친다. 오늘도 뒤척거리다가 새벽 여섯 시쯤 휴대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하고 일어났다. 그림 그리고, 글 쓰고, 책 읽고, 뒹굴거리고 하다가 일곱 시에 산책을 다녀왔다.


이곳은 식당도 편의점도 없는 작은 몽돌 바닷가 마을. 돌에 부딪히는 잔잔한 파도소리와 갈매기 울음소리만 들린다. 짧은 해안 산책로를 가볍게 걷고 돌아오는 길에 흑염소와 닭들을 만났다. 폐허가 된 빈 집이라고 생각했는데 동물들의 집이었나 보다. 염소들과 어색하게 눈을 마주치고 숙소에 들어와 다시 뒹굴뒹굴. 배가 고픈데 조식 시간을 더 일찍 신청할 걸 그랬나 보다.


구름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구름 사이사이로 햇살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숙소는 한때 바다뷰였을텐데 바로 앞에 높은 펜션 건물이 생겨 지금은 펜스 위 하늘뷰. 숙소 사장님은 적잖이 속상하셨겠지만 나는 지금도 나름대로 괜찮다. 영화 <어느 가족>에서 보이지 않는 불꽃놀이를 소리로만 감상하는 장면처럼, 갈매기 소리와 파도 소리로 바다를 감상한다. 때로는 그것이 거기에 있다는 상상 혹은 믿음 만으로 위로받을 때가 있다.


이제 조식 시간이 다 되었다. 주인이 직접 내리는 핸드드립 커피라는데 맛있었으면 좋겠다. 맛이 없어도, 그럭저럭 다 괜찮을 것이다. 여행에서는 뭐든 다 괜찮은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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