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달 Apr 21. 2022

보고서 한장으로 써보기

야, 딱 한 장만 더하자(한잔 아님)

일하다 보면 한 장 짜리 보고서  일이 꽤나 많다. 시급한 동향 보고는 물론이거니와 종합계획처럼 긴 호흡을 가진 보고서 초안도 한 장으로 시작할 때가 많다. 내용 불문 한  짜리 보고서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역량으로 친다.


그럼 왜 '딱 한 장'일까. 누차 설명했듯 '보고서'는 보고 대상이 있고, 대개 그 보고 대상은 부서 업무 전체를 관리하느라 바쁜 상사이기 때문이다. 보고서 최소단위인 한장으로 핵심만 전달한 뒤 추가사항은 후속대응하는 형태로 이어진다. 혹은 행사나 회의에 참석하는 상사의 손이 허전하지 않도록 뭐라도 쥐어줘야 했기에? 어쨌든 한 장 정도 분량으로 보고를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 업무 전반을 관통한다.


압축률 최고, 한 장 보고서

수십 페이지 심지어 수백 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도 한 장으로 요약한다. 신기하게도 가능하다. 잘 쓴 한 장짜리 보고서는 군더더기 없이 전체 보고서를 조망한다. 보고서 전체본의 내용들을 단순 발췌 해서는 한 장 보고서를 제대로 만들 수 없다. 내용을 줄일 땐 단어나 문장도 새롭게 써야 할때가 많아 한 장 작성이 오히려 어려울 수 있다. 양(quantity)을 줄이는데만 신경쓰면 작성자만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문장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또 이것도 중요한 것 같고 저것도 중요한 것 같으면 1장으로 요약할 수 없다. 마치 과목에 대한 이해가 덜 된 상태에서 요약노트를 만들면 오히려 요약노트가 교과서보다 두꺼워지는 현상처럼 말이다. 텍스트로 담기엔 적절하지 못한(1장 보고서이기 때문에 걸러진) 맥락들은 구두로 부연해야 하므로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 보고가 두렵기도 하다.


가장 강력한 무기, 보고서

그럼에도 보고서는 상사를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하면서 가장 강력한 도구다. 분명 잘 이해하고 있는 내용인데도 보고가 매끄럽지 않을 땐 보고서 작성 초점을 내용의 단순 적시에만 두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자. 보고서는 보고 상황을 고려해 작성되어야 한다.


보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작성된 보고서는 가독성이 좋다. 마치 설명을 위한 대본으로 작성된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문어체가 남발되면 좋은 보고서라 할 수 없다. 보고서는 소설이나 수필처럼 읽기(to read) 위해 작성된 것이라고 보다는 보기(to see) 위해 작성된다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 다만 나만의 논리적인 순서로 정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수달 팀은 올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포럼을 기획했고, 그 포럼의 진행 여부를 결정권자로부터 승인받기 위해 보고서를 쓰려한다. 이 보고서의 목적은 올해 포럼이 작년 포럼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상사에게 심어줘야 한다.  


보고의 상황을 가정하며 마치 대본을 쓰는 것처럼 작성해본다.


먼저 왜 이 보고서를 쓰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며 시작하고 싶다. 눈에 띄는 박스 안에 색깔도 넣어서 결론을 맨 위에 배치한다. "올해는 기존과는 다른 ㅇㅇㅇ의 방식을 적용한 포럼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 보고 내용 요약


예상 질문) 왜 기존과 다르게 추진하려고(해야) 하나요?


"기존 포럼은 딱딱한 회의식 포럼으로 진행됐는데요. 그러다 보니 포럼에서 나온 과제들이 특별히 신선하지 않았습니다. 발상의 전환을 가져오는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포럼의 형태를 바꾸는 시도를 하고자 합니다." - 추진배경


예상 질문) 어떻게 다르게 할 건데요?


"포럼 참여자는 ~ 구성하고, 포럼의 주제는 ~ 선정하려 합니다. 포럼 진행은 발상의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자 합니다. "  - 포럼 개선안


예상 질문) 그럼 추가로 뭐 필요한 건 없나요?


"일단 이달 말까지 주제랑 협조사항들을 정리해서 관련부서와 협의를 한번 하겠습니다. 그 뒤에 포럼 취지에 맞는 참석자들을 섭외하면서 회차별로 진행하려 합니다" -향후 일정과 진행을 위한 관련부서 협조사항


많은 사람들이 기존 보고서 양식을 그대로 따와 그 안에 본인의 보고 내용을 끼어넣는 식으로 작성을 많이 한다. 그러나 보고서는 결국 내가 할 말을 정갈하게 정리한 자료라고 인식하고 목차도, 내용도 내가 말하기 편한 방식으로 구성해도 크게 문제없다.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양식들이 분명 여러 가지 시행착오 끝에 최적화된 모습이겠지만 구속될 필요는 없다. 내가 하고 싶은 핵심적인 내용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정리된 후에 어떻게 말을 해 나갈지에 대한 대본처럼 보고서를 작성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전 09화 보고서 거꾸로 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