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할 내용은 3-4줄이면 충분한데 보고서로 작성해야 할 때가 있다. 핵심만 서술하고 여백을 비워두자니 뭔가 찝찝하다. 상사가 필요한 정보는 모두 담았는데도 성의 없어 보인다. 어찌하면 좋을까
하수 : 줄 간격, 폰트 조정, 문장 늘리기
하수는 먼저 글자 크기를 15포인트에서 16으로 키운다. 문장이 한 줄 늘어날까 말까 하다. 이제 160%이던 줄 간격을 180%, 190% 늘려본다. 시원시원하긴 한데 뭔가 휑하다. 멀쩡한 문장에 수식어를 구겨 넣거나 부연설명을 넣어본다. 높은 확률로 여백으로 놔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중수 : 장황하게 서론 만들기
중수쯤 되면 하수처럼 물리적으로 양을 늘리기보단 화학적으로 양을 늘리는 시도를 한다. 여기서 큰 실수는 서론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이다. 지시자도 알고 당사자도 아는 보고서 작성 배경을 자세하게 늘리거나 어려운 통계수치를 집어넣어 구색을 갖추려고 한다. (이 방식이 편하기 때문)
겉으로 보기엔 그럴싸해 보이지만 서론이 너무 장황하면 핵심 내용이 알차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없다. 서글픈건 상관도 '구색 갖추려고 만든 서론'이란 걸 알고 있단 것이다. 경험 많은 상관은 서론은 읽지도 않고 주요 내용으로 바로 눈이 향한다. 하수처럼 글의 맥락 자체를 뒤흔들지는 않지만 너무 의례적이라 보고서 작성자도 지시자도 큰 신경 안 쓰는 그야말로 더미 같은 역할만 할 때가 많다. (구색 맞추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방법)
고수 : 다음 줄거리 붙이기
드라마를 볼 때도 지난 줄거리 보단 다음 줄거리가 훨씬 보고 싶다. 추가 정보를 담고자 한다면 전달하는 내용 '다음'을 서술하는 것을 추천한다. 중수처럼 전달하려는 내용 뒤가 아니라 앞에 초점을 두면 이미 지나간 배경이나 동향을 훑을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논리든 시간이든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다음(next) 이야기가 나오는 게 자연스럽기 때문에 쥐어짜낼 초점을 앞에 두냐 뒤에 두냐에 따라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는 점을 명심하자. 보고해야 할 내용 그 자체는 담백하게 마무리 짓고(괜히 건드리지 말고) 그 이후의 예상 쟁점이나 향후 계획이 뒤를 잇는 게 좋다.
논리나 시간의 다음(next)을 제시하는 게 힘들 경우에는 다른 국면의 사례를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건 3-4줄이면 충분한 핵심 내용을 부연하는 식의 서술 이어선 안된다. 같은 내용의 부연설명을 추가하는 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다. 다른 분야의 유사 사례 혹은 해외 사례처럼 존재 지평이 다른 내용을 추가하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