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첫 아르바이트를 응원하며

by 은빛구슬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나에겐 아들이 있습니다. 늘 다정한 목소리로 나를 '어머니~'라 부르는 아들입니다. 이 아이를 볼 때마다 '네가 나에게로 와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를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다행이다란 건 XY 염색체를 가진 남자로 와 주어서 다행이라는 게 아니라 성격 좋고 다정한 사람으로 와 주어서 다행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순둥이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말을 했을 때 오~ 하며 감탄을 했습니다. 이제 너도 스스로 용돈을 벌 정도의 나이가 되었구나 하는 대견함 때문이었지요. 허나 그것만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그 감정 뒤에 숨은 더 큰 감정이 있었으니까요. 걱정과 안쓰러움. 그것은 대견함으로 대체하기엔 너무 큰 감정이었습니다.


아들이 무엇인가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을 때 그 의지에 티끌 하나라도 얹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잘할 수 있다는 응원의 말을 보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던 건 저들 감정 때문이었습니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진부한 표현이 아니더라도 사회 속에서 타인과 어울리는 경험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말이 내 앞으로 다가와 정면으로 얼굴을 들이미니 순간 당황하고 말았습니다. 이율배반적이게도 내 아들에게만은 그 말을 적용하고 싶지는 않았던 탓이겠지요. 참 못난 엄마입니다.


아들은 아르바이트가 처음이었지만 나름 아르바이트 경력자인 누나의 도움을 받은 모양입니다.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등록하고 초보인 아들이 일자리를 마음먹기가 무섭게 잡았으니까요. 첫 아이인 딸은 워낙 똑부러진 성격에 대인 관계도 좋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당시 격하게 환영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아들은 그렇게 되지가 않았습니다. 자고로 막내는 부모에겐 영원한 피터팬인가 봅니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타인의 냉정한 말에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나 혼자 마음속에 걱정을 쌓고 있었습니다.

아들의 첫 아르바이트

드디어 어제 아들이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아들의 근무시간이 8시에서 11시까지라 일찍 퇴근해서 저녁밥을 먹여 보내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늦게 온 아이가 있는 바람에 평소보다 늦은 퇴근을 하고 말았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아들은 이미 아르바이트를 가고 없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남들도 다 하는 일인데 못할 게 뭐야 싶기도 했고, 아르바이트 장소가 홈...안에 있는 롯...이니 그 시간에 누가 햄버거를 먹겠어 하는 합리적 추측도 들어 위안이 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가 끝날 무렵 남편이 아들을 데리러 갔고 드디어 첫 아르바이트를 마친 아들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싱글거리며 들어오는 아들 등에는 놀랍게도 책가방이 업혀 있었습니다.


"어이, 아들. 아르바이트를 가면서 무슨 책가방이야?"

"ㅎㅎ혹시 몰라서요. 어머니 내일은 쇼핑백을 하나 챙겨주세요. 거기에 옷을 담아야겠어요"

"알았어. 챙겨 놓을 게. 오늘 어땠어, 힘들지 않았어, 손님은 별로 없었지?"

"아, 어머니 저 좀 씻어야겠는데요. 그리고 손님 많았어요. 밤에도 사람들은 햄버거를 많이 먹어요.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했어요. 이제 됐죠? 고생한 아들 이만 씻으러 갑니다"


그렇게 아들이 사라진 자리에 덩그러니 놓인 책가방을 봤습니다. 웃음이 났습니다. 아르바이트를 가는데 책가방이라니. 아들에게 책가방은 여자들의 핸드백과 같은 존재였나 봅니다.


아직도 캐릭터 인형이 달려있는 아들의 가방. 기말고사를 보러 갈 때 창피하지 않느냐는 나의 물음에 뭐 어떠냐고 대답하는 아들이 저 인형을 떼는 날 쯤이면 어르스러운 모습이 보일까요. 설마 저 인형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달려있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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