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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연 Jun 29. 2024

쪼가 있는 트레이너로 살래

적어도 난 트레이너의 고집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이틀 연속 같은 질문을 받았다. "고객의 요구가 너의 생각과 다를 때 어떻게 해?" "소비자에 맞추는 것이 서비스업인데 곤란할 때가 있지는 않아?" 내가 생각하는 지향점이 아닌 행동들이 돈을 불러오면 현타가 오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고객이 왕이다.'라는 말이 중요하게 서비스직의 일종, 트레이너라는 업으로 살아가는 나. 정말 많이 생각해 보고, 생각하고 있는 질문인데 지금까지 내려진 답은 "난 쪼가 있는 트레이너가 될래."이다. "고객의 니즈를 맞춰주어야 돈을 버는 이 시장에서 이렇게 생각해도 과연 괜찮아?"라는 반문이 따른다. 나는 적어도 괜찮다고 믿는다. 내 고집이 나를 더 아름답게 만든다고, 아니 나와 소비자들과의 관계를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많은 마케팅, 브랜딩 서적에 나오는 격언이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렇다. 내가 맞춰주려고 해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내 삶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에 타인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심지어는 사람이라는 존재는 나조차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나를 버리고 고객에 나를 투영하고 맞춰준다고 한들 결국 100%는 없다. 나는 이런 관점에서 마케팅 구루 중 한 명인 세스고딘의 표현을 좋아한다. '최소유효청중(고객)' 쉽게 말하면 나에게 팬심을 가진 고객이 최소 100명 정도만 되어도 돈을 충분히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져주고, 그들을 모두 만족시키려는 노력을 하기보단 단단한 최소유효청중, 팬층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고객 지향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내 신념 안에서 최선인 것을 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꼭 돈을 벌어오는 자극적인 사고가 아니라 고객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진실된 마음과 정보로도 매력적인 사람 혹은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난 믿는다. 그것이 더 멋지지 않은가?


노자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노자는 건강한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들이 건강해야 공동체가 건강하다고 말이다. 아무리 '전체'의 관점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것을 구성하는 '부분'들의 중요성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된다. 전체와 부분, 부분과 전체의 상호작용을 난 이야기 해보고 싶다. 트레이너와 회원과의 관계에서 둘 다 건강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건강은 '능동성'이라고 봐주면 좋을 것 같다. 둘 다 자기주장이 있어야 하고, 그 주장이 부딪히면서도 섞여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인과 노예의 관계가 만들어진다. 트레이너가 회원한테 끌려가거나, 회원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돈의 의지로만 운동을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개인, 그리고 개인들이 만들어내는 관계를 위해 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기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고객들의 관점은 떠다닌다. 혼란스러운 이들도 참 많다. 그것은 너무 많은 정보와 지나친 자유 때문이다. 고객들의 관점을 약하게나마 묶어주어 혼란을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은 트레이너의 '쪼'라고 나는 생각한다. 비본질주의로 넘어오면서 사람들의 생각을 허무를 얻었다. '네 말도 맞고 내 말도 맞아.' '그래, 다 다른 거야.' 기준이 없는 사회는 자유롭고 건강해 보이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상당히 허무하다. 그래서 나는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떠다니는 관점들을 한 줄로 꿰어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할 기준이 말이다. 소비자 관점에서 그 기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나를 선택하지 않아도 좋다. 내 '쪼'가 자신의 관점과 나란히 동시에 옆에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함께 해도 좋다. 그것이 더 건강하고 행복할 테니 말이다.


요즘 내가 주장하는 '쪼'는 '운동은 원래 힘들며 왕도는 없다.'는 것이다. 꾸준해야만 빛을 발하는 운동이라는 고통스러운 길에 함께 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고객님들께 많이 한다. 운동이라는 것이 인생과 닮아있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인생의 태도를 바꿔줄 것이라는 내 믿음도 기꺼이 공개한다. 그룹운동 치고는 사뭇 진지하다. 이것을 누가 좋아할까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내 '쪼'는 적어도 사람들에게 거짓말하고 싶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 야구, 농구, 유도, 태권도, 수영, 철인 3종, 체대입시, 웨이트 트레이닝 등 다양한 운동을 하며 내가 느낀 바는 운동은 언제나 즐거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힘들고 짜증 나고 포기하고 싶던 기억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것을 이겨내는 순간들에서 행복과 재미가 온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운동'을 강조하며 운동에서 힘듦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소외감을 주고 싶지 않다. 그 힘듦이 결국 나의 운동과 삶을 성장시키리라는 응원과 지지를 보내며, 실제로 그럴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그런 트레이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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