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사랑하는 사람

초심으로 돌아가기

by 운동하는 훈장님

'트레이너'


정수연이라는 사람에게 정수연이 씌워온 프레임이다. 2019년 이후, 모든 내 삶의 방향키를 '트레이너'로 돌려놓고 살았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일친구'였다. 트레이너라는 직업, 혹은 운동 지도업을 하고 있는 친구들. 트레이너로 둘러싸인 환경을 만들고 살았다. 나누는 이야기들도 트레이닝과 그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 뿐. 거의 유일한 취미인 독서도 자기 계발이 아닌 '트레이너 정수연' 계발을 위해 읽었다. 수도 없는 자기 계발서를 읽으며 트레이너로 성공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회원님들을 공감하기 위해 여러 책들을 읽으며 독서를 취미라고 말해왔다. 운동 또한 트레이너로 살아남기 위해 했다. 회원님들께 좋은 트레이너로 비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몸이 좋아야, 수행 능력이 좋아야 선택받을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트레이너들 사이에서도 '운동 못하는 선생님'으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조금 좋아하는 운동이 생겼다. 파워리프팅. 이 운동을 '트레이너'와 더 진하게 연결시켰다. 파워리프팅으로 전문성을 띠는 트레이너가 되고 싶았다. 파워리프팅 PT, 온라인 PT, 원데이 클래스 등을 진행했다. 스터디 모임에서 프로그래밍 관련 발표를 했다. 3대 운동 모임을 운영하며 여기서도 스터디 리딩을 하기도 했다. 파워리프팅, 바벨 3대 운동을 좋아하고 잘하는 트레이너로 비치길 바랐다. 즐겁고 재밌기도 했지만, '파워리프팅 전문 트레이너'라는 명패가 나에게 더 필요했던 것 같다.


작년 춘천 마라톤 풀코스를 준비하면서부터 지금은 달리기에 푹 젖어 있다. 올해 3,000km 넘게 달렸고, 내년엔 4,000km를 달리고 싶은 마음을 품고 산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달리기, 하지만 '사랑하는 중입니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달리고, 열심히 달리기를 알아가는 중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달리기를 정말 좋아해서인지 이번에는 파워리프팅 때와는 조금은 다른 마음이다. 달리기를 트레이닝에 대입시키고 싶지 않다. '달리기 전문 트레이너'가 되고 싶지 않다.


잠시 기록을 세우고 이것을 내세워 나를 팔겠다는 마음을 채워본 적이 있다. 그렇게 보강운동 무료 PT를 오픈하고 진행도 했다. '하반기에 섭3 하면 이제 본격적으로 해야지!'라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가득해지자 달리기가 내 곁에서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자연스러움보단 억지스러움. 열망보단 강박이 찾아왔다.


이 경험 이후 나는 달리기가 그저 취미로 남길 바라는 중이다. '달리기 전문 트레이너' 이전에 러너가 되고 싶다. 트레이너 이전에 운동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마음은 내가 이 직업에 당도할 수 있게 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인생에 운동이 없었던 적이 없어서 체대에 가자고 마음먹은 고등학생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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