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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수연 Jun 21. 2022

마음에 무력감이 찾아왔어요

똑똑, 또 왔습니다요

내가 가장 행복해하는 음악도 나를 어찌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바로 요즘 같은 때.


마음이 무한히 뚫리는 듯한 공허함,

앞으로 평생 그 어떤 것도 재미없을 것만 같은 무력감.


이 똑같은 일상 정말 재미없네. 일 좀 그만두고 싶다.. 음악도 재미없잖아? 책도, 영상도 뻔해. 재미없어.


그런 때는 잠도 부쩍 많아진다. 어제는 11시간 정도 잤다. 몸은 왜인지 한없이 피로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도 온통 피로하다. 잠아, 이 시간을 흘려보내 줘. 잠에 몸과 생각을 맡겨버린다.


그럼 운 좋게도 다음날 에너지가 좀 더 생기도 하고, 어제보단 조금 더 나은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며 부쩍 그런 나날들이 많아졌다. 인생의 패턴을 슬슬 알아가니 앞으로가 뻔해진 느낌. 그 재밌던 여행도 설렘의 비율은 줄고, 귀찮음이 커졌다. 연애(는 못하지만)도, 새로운 관계들도 어쩐지 흥미보단 귀찮다. 친구들을 만나도 똑같고, TV나 영화는 더 똑같다. 새로운 취미를 찾기엔 이미 해본 것들이 많고, 안 해본 건 안 해봐도 어쩐지 알 것만 같다.


그렇다면 무력감은 나이듦의 문제일까. 아님 요즘 모든 문제의 깔때기와 같은 코로나 때문인가. 정신력의 문제인가. 호르몬의 문제인가. 원인을 안 다한들 변할 수 있는 문제인가.


정말이지 글도 한없이 냉소적이고 입맛 뚝뚝 떨어진다. 누구에겐 정말 배부른 소리겠지. 건강한 것만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데. 그저 주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한 하루하루인데! 머리로 아는 것과는 또 다르게 자꾸만 찾아오는 불청객, 무력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마음에 평안 찾기, 재미있는 일이 없어도 슬며시 웃어보기, 먹고픈 음식 찾아보기, 친밀한 사람과 소소한 대화 나누기.. 앞으로 더 자주 찾아올 듯한 너란 녀석과 잘 지내는 방법들을 부단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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