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수많은 생명체 중 인간만이 자기가 속한 '종'에 대해 탐구하고, 계속해서 그것을 규정하려 한다.
흥미롭고 골치 아픈 일이다.
처음에는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라는 제목을 보고, 이 책을 통해 인간과 개, 돼지를 구분하는 어떤 기준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그러나 주된 내용은 인간다움에 대한 치열한 논쟁보다는 8명의 저자가 생각하는 인간다움의 기준 혹은 가치에 대한 견해였다.
8명의 저자들은 각자 사회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일들이 '인간답지 않은 것' 들로 인해 발생되며,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모두가 '인간다움'을 회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인간다움은 개인에게 상처 주고 사회 문제를 야기하는 특정한 야만성이나 비윤리성을 의미한다.
많은 이들이 인간의 조건에 대해 흥미를 가지는 이유는 우리가 정의하는 '인간으로 인정받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 이 사회적 통념으로 자리 잡으면, 그 통념이 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인간답지 못단 쓰레기 같은 XX' 라는 말을 듣거나 조직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지켜야하는 것들을 항상 염두하고 따르며 살아간다.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재정의되는 인간다움의 기준과 이를 따르는 사람들의 행동 양식은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갈 세상의 밑그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해야 한다.
책의 내용 중 가장 와닿았던 정지우 작가의 의견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그 속에는 명백하게도 타인에 대한 실감이 있었다>
2016년 5월 구의역 사고 1명 사망
2017년 아파트 건설 현장 타워 크레인 붕괴 사고 3명 사망
2017년 7월 STX조선해양 폭발사고 4명 사망
2017년 3월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 사고 6명 사망
2016년 10월 울산 석유공장 폭발사고 2명 사망
2015년 7월 울산 한화케미컬 폐수조 폭발 6명 사망
2014년 1월 영광 한빛원전 사고 2명 사망
2013년 대림산업 화학공장 폭발 사고 8명 사망
2012년 LG화학 재료공장 폭발 8명 사망
정지우 작가는 이 책에서 '책임 없는 외주화는 원청업체의 이익에 복무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는 인간의 위치를 모호하게 만든다' 고 이야기한다. 인간답지 못한 사람은 크게 둘로 나뉘는데 사회에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최하층부와 이 모든 과정을 지휘하는 최상층부가 바로 그것이다. 최하층부에 대한 최상층부의 폭력 그 핵심에는 타인이 처한 상황에 대한 '무감각'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보다는 이익이, 삶보다는 효율이 중시되는 사회는 타인에 대한 '실감' 즉 타인을 실제로 느끼고 이해하는 과정이 결여시킨다는 것이다.
동의한다.
꼭 내 가족의 위험만 위험인가
꼭 내 친구의 슬픔만 슬픔인가
다른 인간들이 내 곁에 존재한다는 실감과 그들의 처지에 대한 공감을 할 줄 아는 사회가 곧 나 자신에게도 이로운 사회다.
'실감'은 생명을 위협받는 근무 환경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이 실감이 자기 이익에 가려져 있던 내 마음과 우리의 삶에 버릇처럼 자리잡을 수 있다면 세상의 어두운 곳에 작은 빛이 드리울 것이다.
내 옆에 있는 이가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면
(단순 정의된 인간이 아니라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며칠 째 아무 소리 없는 옆집 할머니의 안부가 궁금해지고,
성희롱을 당하고도 혼자 울고 있는 동료의 눈물을 외면할 수 없게 된다.
세상에서 인간이 제일 무섭다는 말이 무색해지기를
몸과 마음의 상처가 비로소 그 인간 덕분에 치유되었다 말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