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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스트 Jan 26. 2023

반려식물과 사춘기 아들 키우기 공통점

나는 날씨 좋은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가드닝 (Gardening)을 안 하는 아니 못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명일 것이다.   앞마당과 뒷마당의 잔디는 무성하게 잡초들과 자라고 있고 물을 잘 주지 않아  레몬 나무는 말라서 죽어 가고 있다.  아들이 한 살이 되었을 때 살던 이전 집은 뒷마당이 더 컸는데 그 집에 자두나무가 있다는 사실을 집에 놀러 온 친구가 알려줘서 이사한 지 일 년 만에 알 정도로 무관심했다.   갖난 아이 아들을 키우면서 회사를 다니느라 뒷마당에 자라고 있는 식물들은 내 안중에 없었던 것이었다.  


아들이 5살이 되었을 때 지금 사는 집에 이사를 왔다.  집의 가까운 곳에 매주 토요일마다 farmers market이 열렸었다.  그곳에 가면 아들은 캐러멜 팝콘과 무지개색 빙수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한동안 지속되었던 우리의 루틴이 되었다.  어느 토요일에 아들과 나는 작지만 하얀 꽃을 품은 난초를 farmers market에서 발견하고 집으로 데리고 왔다.  몇 주 꽃 봉오리가 예쁘게 피던 꽃은 하나씩 떨어지더니 나뭇가지도 말라가며 죽어가고 있었다. 긴 잎은 초록을 유지하며 살아 있기에 버리기도 그렇고 해서 거실 언저리에 두었다. 햇빛도 안 들어오는 구석에그 작은 하얀 난은 그렇게 1년 동안 방치 되었다.  새로 이직한 회사 생활에 시간과 정신을 빼앗겨 물도 주지 않았는데  연명을 유지하고 죽지 않은 난을 발견하였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난을 부엌 창가로 옮겨 주었고 물을 주었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일주일 후에 새로운 가지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거기서 몽롱한 꽃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난이 부엌의 창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는 그곳에 두고 계속 키우기 시작했다.    내 생일이나 특별한 날의 선물은 어김없이 난이었다. 그렇게 하나둘씩 모으기 시작한 난은 어느새 나의 나의 최애 반려 식물이 되었고 난이 줄을 지어서 부얶창을 채우기 시작한 나의 반려 난은 어느새 10개가 되었다.   부엌의 창이 더 크다면 10개가 아니라 20개 이상도 키울 참이다. 그중의 하나는 아들과 5살에 데리고 온 하얀 난이다.  10년 동안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 것이다. 내 집에 들어온 난은 한 번도 죽이지 않았고 매년 한해에 두 번씩 꽃을 피우면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다른 식물들과 나무들은 잘 키우지 못하는데 키우기 어렵다는 난은 제일 잘 키우는 장인이 되었다.    


나의 반려식물 10개의 난이 매년 꽃이 지고 피는 것을 반복하는 동안 아들은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다.  나는 아들과 반려식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어떤 부분은 전문가의 의견이라기보다는 순전히 나의 10년 동안 난을 키운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과하지 않는 햇빛과 물을 주어야 한다.

난초가 살기 위해서는 햇살이 필수이지만 직접적으로 햇빛을 쬐는 것은 좋지 않다.  가능한 남쪽이나 동쪽에  창문에 난초를  적절한 양과 세기의 햇빛을 쬐도록 해주라고 권유한다.  물은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나는 주로 10일에 한번 정도 준다.  흙이 완전히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을 준다.

아들도 그렇다.  너무 가까이서 직접적인 관심은 오히려 아들에게 반감을 일으키고 오히려 청개구리처럼 반항 한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두고 조심스럽게 가끔씩 필요한 것을 살펴 제공해 준다.


분구멍은 클수록 좋다. 

물이 빠질 구멍이 있는 화분을 선택한다.  

난초를 키울 때는 물을   흡수되지 못한 물이 빠져나갈 구멍이 반드시 필요하다. 구멍이 없다면  때문에 뿌리가 썩어 난초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들도 그렇다.  다른 고등학생들처럼 학교 수업 외에 봉사활동이나, 악기와 운동을 배우러 뺑뺑이 돌리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한다.  학교에서 다녀오면 이미 지쳐있고 숙제하기 바쁘다.  남는 시간은 컴퓨터 게임을 한다.  나는 그냥 본인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숨구멍을 열어준다.  그렇지 않으면 예민한 아들은 압박을 못 이겨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옆으로 뻗는 가지를 위로 올려 준다.  

반려식물의 가지는 옆으로 제멋대로 자란다.   달콤한 햇빛을 향하며 옆으로 뻗어나가면 내가 해주어야 할 것은 기댈 수 있는 나무나 철사를 옆에 세우고 가지를 휘어서 핀으로 고정시킨다.  그리고 위로 향하게 방향을 잡아 준다.    그럼 난은 위를 바라보며 건강하고 예쁜 꽃을 피운다.   

솔직히 사춘기 아들을 키우면서 이 과정이 제일 힘들다.   옆으로 가고 있는 난가지를 휘어서 올릴 때 너무 힘을 주면 부러질 것 같아 두렵다.  예민한 아들의 마음이 다칠까 봐 조심스럽지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정하게 대화를 하되 확실한 규칙을 정하고 강직하게 방향을 잡아 주어야 한다.  


사랑으로 바라보고 꽃이 예쁘다고 말해준다.   

부얶 창가에 줄지어 있는 나의 반려식물 난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가끔 설거지하면서 말도 건다.  “ 참 예쁘다”.   아들에게도 늘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미소로 사랑을 표현해 준다. “ 사랑해 아들”.  


혼자 보다 여럿이서 함께 자란다.  

10개의 난을 몇 년 동안 키우면서 신기한 점을 발견했다.  한 화분의 난이 꽃봉오리가 피기 시작하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옆에 있는 난이 하나씩 하나씩 같이 피기 시작한다.  그리고 하나가 지면 또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같은 시기에 시들어 버린다.  당연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신기했다.  


외동아들로 혼자 자란 아들에게 나는 늘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말을 하기 시작하는 나이 때부터 친구들과 놀기를 끊임없이 주선해 주었다.   주위에 친구들을 선택할 나이가 된 지금은 가끔 좋지 않은 친구나 선배를 사귀고 실망하고 슬퍼하는 아들을 보며 안타깝기도 하다.  좋은 친구를 가까이 두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때 행복하게 잘 자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식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테다.   

  



아들은 올해에 16살이 되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내 집안에서 반려식물에  물을 주듯이 밥을 먹이면서 키울 수 있을지 모른다.   게임에 정신이 뺏겨서 해야 알 일은 하지 않고 아침마다 늦잠을 자서 학교에 지각하는 아들을 보며 속이 터질 것 같다.   그래도 아들은 예쁜 미소를 가끔 보여주고 기특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그동안의 힘든 양육의 과정들을 잊게 한다.  일 년에 한두 번씩 예쁜  꽃으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반려식물처럼.   


아들이 대학을 다른 주로 가게 되면 같은 지붕에서 살 수 있는 날은 2년 남짓 남았겠다.  아들이 독립적으로 혼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인내와 사랑으로 반려 식물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이해와 존중으로 사랑해 보자.  죽은 줄 알았던 난을 햇빛을 적당하게 받을 수 있는 창가로 옮겨주었더니 다시 살아난 것처럼 아들에게도 좋은 환경을 계속 만들어 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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