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는 처음인데요;; #3
정신과에는 3가지 병동이 있답니다. 개방병동, 보호병동, 그리고 낮병동입니다. 먼저 입원을 하는 개방병동과 보호병동의 공통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ㅂ병원의 개방병동과 보호병동을 둘 다 이용해봤습니다. 둘의 공통점은, 일단 심심할 때즈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매일 두 개씩 준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무슨 프로그램일까 궁금하시죠?
소개해드릴게요.
먼저, 그룹치료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준비하는 프로그램으로 주제, 방법은 매우 다양합니다. 감정 카드를 들고와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정서조절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함께 읽고 배우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자기소개하기’라는 프로그램을 했는데 자신의 취미를 자기와 취미가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방법을 배우곤 했었습니다.
대인관계 치료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선생님이 준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름은 대인관계지만 정서를 생각, 행동, 느낌으로 나누어서 생각하는 시간을 꽤 많이 가졌었어요. 이걸 인지행동치료라고 부르더군요. 물론 프로그램 이름에 걸맞게 칭찬하고 감사하기, 주어를 나로 해서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하는 I Message 등을 배웠습니다.
사회기술훈련
정신건강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주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저의 경우는 선생님이 늘 앞에 몸풀기 게임을 준비해주시고 선물도 주셨고, 사회 활동에 도움이 되는 것을 배웁니다. 예를 들면 직업이나 진로에 대한 것, 그리고 서로의 공통 관심사를 찾아 대화하는 방법 등이요.
작업치료
작업치료사 선생님이 이끄는 프로그램입니다. 제가 가장 못하는,,, 가장 취약하고 어려웠던 시간이에요. 왜냐면 저는 똥손이었거든요. 허허. 작업치료 때는 이런저런 것들을 만들어 성취감을 느끼는 게 목표입니다. 가장 실용적이었던 물건은 크로스백이었고, 머리 장식에 큐빅을 박는 것도 했었고, 티셔츠에 프린팅을 하기도 했죠. 초콜릿도 만들었었어요.
미술치료
미술을 잘 못해서 하기 싫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미술치료는 그림을 잘 그리는 건 그닥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림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 같이 생각하고 서로 나누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저의 내면을 알 수 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미술을 할 수 있어서 참 애정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음악치료
선생님이 준비하신 음악(가요)을 감상하고 그에 맞춰 타악기로 연주한 후, 실로폰을 쪼갠 조각조각을 하나씩 맡아 자기 타이밍에 쳐서 합주를 했습니다. 음악의 가사를 보며 선생님이 제시한 주제로 같이 이야기해보는 시간도 가졌어요. 예를 들면 “어떤 가사가 마음에 와 닿으세요?” 이런 질문이요.
마음건강관리
정신건강 간호사 선생님이 진행하셨던 프로그램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버럭 다루기 시간'이요. 물론 살면서 화를 내 본 적이 그리 많진 않았지만 그래도 감정을 컨트롤한다는 점에서 제가 배울 게 많았었고, 간호사 선생님이 참 열정적이셨거든요.
오락회
간호사 선생님들이 선물도 다 포장하고 게임도 준비해주셔서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레크리에이션 시간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가끔 의과대학 학생 선생님들이 준비해서 같이 노는 시간도 있었어요.
이완요법
잔잔히 흐르는 음악과 함께 지시하는 목소리를 듣고 근육에 힘을 주었다 빼는 요법입니다. 평소에도 자주하면 불안정한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전 누워서 이완요법을 하다가 잠에 빠진 적도 있었어요.
운동요법
병원 내 헬스장에서 근무하시는 트레이너분이 오셔서 1시간 가량 운동을 지도해주십니다. 널널하게 진행하시는 경우도 있고, 빡세게 진행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독서요법
각자 책을 40분가량 읽은 후 느낀 점, 좋았던 점을 서로 나눕니다. 아쉽게도 만화책은 안 됩니다.
신문읽기
신문의 기사 하나를 환우분들과 같이 나누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도 알게 되고, 같이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시간입니다. 꼭 어려운 정치면 기사만이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기사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정신건강교육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직접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필수 지식을 알려주십니다. 조울증, 불면증, 기분장애, ADHD 등 굵직한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화 감상
심심할 때 영화 한 편 보면 시간이 금방 가죠. 병원 내부에 있는 DVD를 보거나 최근에는 넷플릭스를 연결해서 최신 영화를 본 적도 있어요.
노래방
병원 안에 노래방 기계가 있는 줄 아셨나요? 최신곡은 아니어도 애창곡은 부를 수 있는 시간입니다. 저는 최근에 병원에서 자우림의 일탈, 체리필터의 낭만고양이를 시원하게 불렀습니다.
요리
간단한 요리를 환우들이 모여서 만듭니다. 최근에는 카나페(?)를 만들어봤어요. 재료도 보호사분이 직접 어느 정도 손질해주셔서 정말 쉽게 만들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개방병동과 보호병동의 또 다른 공통점은 주치의와 전공의, 두 분이 매일같이 와서 상태를 확인하고, 면담이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매일 의사선생님을 즐겁게 기다리게 되죠.
또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요? 간단한 운동기구가 있다는 것, TV를 거실에서 볼 수 있는 것, 그리고 여러 보드게임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루미큐브, 다빈치코드, 우노, 텀블링 몽키, 모두의 마블, 부루마블, 공기, 장기, 체스 등등. 아참! 제가 싫어하는 퍼즐도 있네요!
공통점이 있으면 차이점도 있는 법! 둘의 차이를 알아봅시다.
일단 보호병동만의 규칙을 말씀드리자면 핸드폰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요즘은 아무도 안 쓰는 공중전화기가 보호병동 복도에 덩그라니 있는데 직계 가족들에게만 제한된 시간에 제한된 횟수만큼 전화를 할 수 있습니다. 야박하죠?
핸드폰이 없으니 통화는 물론 지금까지 즐기던 게임도 못하고, 카톡도 못하고, 음악도 못 듣고, 쇼핑도 못하고...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너무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를 포함한 전자기기는 사용할 수 없어요. 따라서 보호병동에 입원할 때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 전략을 세워야 해요.
또한 이어폰, 충전기 등은 아예 반입이 불가합니다. 이어폰은 줄 달린 이어폰 말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가지고 오는 게 현명하겠죠?
산책과 면회도 개방병동보다 더욱 더 제한이 심해요. 병동을 나와 병원을 잠깐 산책하려고 해도 보호자랑 꼭 함께여야 하는 경우도 있고, 3일 넘게 병동을 나갈 수 없는 등... 부모님 및 보호자가 병원에서 멀리 떨어져 사시면 매일 산책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됩니다.
그리고 혹시나 위험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으니 보호사분들이 두 명 정도 항상 대기하고 있습니다. 또 병원 내에 보호요원(?) 분들도 일이 생겨서 전화하면 부리나케 달려오십니다. 그래서 병동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맙시다.
그럼 개방병동은 어떤가 살펴볼까요? 충전기 사용이 가능합니다. 대신 잠자기 전에 반납해야 돼요. 제가 다닌 ㅂ병원 같은 경우 컴퓨터도 개방병동 안에 두 대나 있었고, 개인 노트북을 사용하는 분들도 꽤 계셨어요. 1시간마다 병동에 발도장을 찍으면 최대 총합 3시간 동안 혼자서 산책도 가능했을 정도로 좀 숨이 트이는 느낌이 있습니다.
개방병동과 보호병동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았고요. 이번엔 입원이 아닌 출퇴근(?)을 하는 낮병동에 대해 알아봅시다.
낮병동은 어느 정도 상태가 호전된 환우분들이 이용하는 병동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10시부터 3시까지 앞에서 말씀드린 프로그램을 꽉꽉 채워서 진행합니다. ㅂ병원은 그랬고요 분당에 있는 또 다른 병원인 ㅊ병원에서는 월, 수, 금 진행한다고 들었습니다.
낮병동은 프로그램이 다양해 시간이 잘 가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게 가능하다는 점 말고 또 다른 특별한 점이 있는데 바로 전공의 분들이 매일매일 꽤 긴 시간동안 면담을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15분 정도? 힘들 때 매일 상담을 받을 수 있어서 전 정말 좋았어요. 단점은 의사 선생님이 너무 자주 바뀌고, 선생님마다 중점으로 보는 것이 다르고 조언도 다르다는 점? 일주일, 2주, 4주 단위로 외래로 의사 선생님을 한 번만 보는 게 너무 짧다고 느끼면 낮병동에 가시면 좋습니다.
낮병동은 입원하는 것보다는 가격이 부담이 안 되지만 정규 입원비의 3분의 2 정도 되는 비용이 발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