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는 처음인데요;; #4
병동에서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물품은 무엇일까요? 물론 처음에 갔을 때는 안 가져가도 나중에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산책할 때 가게에서 사고, 혹은 보호자분이 물품을 넣어주면 되지만 이왕이면 스마트하게, 처음부터 필요한 건 다 챙기는 게 편하겠죠?
입원하면서 이건 꼭 필요하다! 싶은 것들을 추천해 드릴게요.
먼저 손목시계. 그것도 수능 시계 같은 것. 웬 시계냐고요? 애석하게도 병동 내의 입원실에는 시계가 없습니다. 간호사실이나 거실에만 시계가 있어서, 그리고 핸드폰을 못 사용하는 경우 시간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자다가 일어나도 몇 시인지 모르니 불편합니다. 이게 불만이라 보호사분께 왜 이런 규칙이 있냐고 여쭤봤더니 공격적인 성향의 환자분들이 시계를 부수는 경우가 있어서 간호사와 보호사 선생님들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거실 및 간호사실에만 시계가 달려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발이 편한 슬리퍼. 집안에 들어가는 것처럼 운동화는 벗고 슬리퍼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냥 삼선 슬리퍼 같은 것은 맨발이면 살이 까지는 경우가 많으니 좀 보들보들하고 말캉말캉한 슬리퍼를 준비하세요. 크록스가 좋은 것 같아요. 간호사 선생님, 의사 선생님들이 병원에서 크록스를 많이 사용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플라스틱 물병도 필요합니다. 멋진 스타벅스 금속 텀블러는 병동에 가져올 수도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유리나 금속제품은 깨질 수 있고 자칫 잘못 사용하면 흉기가 되기 때문에 물병은 꼭 플라스틱이어야 해요. 아침, 밤마다 약을 먹는 데 플라스틱 물병은 필수입니다.
여성분이라면 니플 패치도 추천합니다. 집에서는 브레지어를 벗고 생활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입원하면 그러기는 어렵죠. 하지만 니플 패치가 있으면 가슴을 잘 가려서 조이는 느낌이 없고 혹시 추가 검사 때 속옷을 벗을 필요도 없지요.
차나 티백도 단조로운 병원생활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도움을 줄 거예요. 뜨거운 물은 간호사실에서 제공할 테고요.
그리고 자신만의 심심풀이용 물품을 챙기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보호병동에서는 핸드폰 및 전자기기를 못 써서 아무리 해도 시간이 잘 안 간다는 분들도 꽤 있거든요. 대표적인 심심풀이용 물품은 컬러링북, 스티커북 등이 있겠죠? 뒤에 병동에서 시간을 잘 보내는 법을 자세히 다룰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보호병동에서 가져가 봐도 못 쓰는 물품도 알려드리겠습니다. 필기구는 안 됩니다. 간호사실에 볼펜이 많으니 그걸 써야 하고 자기 전에는 반납해야 합니다. 목걸이도 빼야하고요. 저는 지갑도 반납했어야 했어요. 머리끈도 간호사실에서 제공하는 검정 머리끈 외에는 사용이 불가해요. 심지어 양장 노트에 달린 고무줄도 제거해야 합니다. 구운 계란은 가져가면 간호사 선생님이 친절하게(?) 껍질을 다 까고 주십니다. 계란 껍질도 위험한 물품이라니... 신기하더군요. 핸드폰 충전기, 컴퓨터 충전기 같이 긴 줄도 반입을 못해서 배터리 충전할 때마다 간호사실에 맡겨야 하는 게 좀 불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