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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를 사랑하더라도, 결국 나를 더 사랑해야 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나의 사랑은 내가 누구인지 아는 일부터 시작되었다
서른을 바라보는 20대 후반의 나는 매일같이 입버릇처럼 말했다. “내 남편은 어디쯤 있을까?” 요즘 저출산이다, 비혼이 대세다 말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 주변 사람들은 다들 결혼을 하고, 출산도 한다. 그 흐름 안에서 나 또한 ‘혼자하는 삶’보다는 ‘함께하는 삶’을 상상해왔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시간을 함께 쌓고, 익숙함을 축적하는 사람과 평생을 살아가는 일. 나는 단순히 ‘사랑받는 나’가 아니라, ‘사랑하는 나’를 좋아했다. 설레고, 몰입하고, 무언가에 빠져드는 나의 얼굴을. 그 감정이 좋았고, 그 감정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랐다.
연애를 하다 보면 ‘내가 아닌 감정’에 휩쓸리고, ‘나답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누군가를 너무 좋아해서, 타이밍이 어긋나서, 감정이 복잡하게 엉켜버린 적도 있었다. 이유는 다 달랐지만, 공통점은 하나였다. 나는 그 안에서 자꾸만 ‘내가 나를 잃는 순간’을 마주하게 됐다.
그럴 때면 아빠의 말이 떠오른다. “너무너무 좋아서, 그 사람이 없으면 미칠 것 같은 사람은 만나지 마라.”
그 말은 지나고 나서야, 더 또렷하게 이해됐다. 아무리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더라도, 결국엔 나 자신을 더 사랑하고 지켜야 한다는 걸.
그즈음, 직장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한 상담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상담사가 내게 말했다.
“재미와 도파민을 자꾸 연애에서 찾으려 하면, 결국 지쳐요. 그건 내 안에서 만들어져야 해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말이 묘하게 마음을 건드렸다.
지치고 외로웠던 날들, 나도 모르게 연애를 위로의 도구처럼 붙잡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 안에서 무언가를 채우려 하고, 채워지지 않으면 더 깊이 기대고, 기댄 채 흐려진 나 자신을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집중하려고 애쓰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사랑을 만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또 하나, “내 짝을 위해서도, 언젠가 만나게 될 내 아이를 위해서도 내가 더 단단하고, 더 멋진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