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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Feb 19. 2018

<삼삼한 이야기> 그 144번째 끈

흔들림

01 그네에 흔들흔들

몸을 맡겨봐.

내가 자란 아파트단지에 갔더니 그네는 그대로 있더라. 그네 타는 사람 한 명 없는 캄캄하고 고요한 밤이었는데, 그 풍경이 더 익숙하더라. 내가 아는 그곳은 여전히 그곳이 맞아.


02 수면이 흔들흔들

수면이 흔들흔들. 파도가 일렁일렁.

잠자코 응시했지.

이 바다도 내가 아는 바다가 맞지.

변했다, 안변했다 가름하는 내가 변한게지.


03 걸음걸음 흔들흔들

흔들리면 많이 걸어.

생각하면서, 생각을 지우면서 자꾸 발을 움직여.

어느 때가 되면 마음이 말끔해져서 복잡했던 생각이 놓일 자리를 마련해줘.

그러면 고요한 밤에 이 생각 저 생각 실타래를 풀어 ‘너는 이곳에 내일, 너는 저곳에 다음 달에’ 하고 장소와 시간을 만들어주곤 해. 성미 급한 친구들이 자꾸 선을 넘는 날도 있지만, 다시 걸으면 되지. 마구 뒤엉키도록 흔들흔들. 생각이 쉴 자리가 좀 더 넓었으면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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