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상실
건강을 말하는 건 경험과 직결된다. ‘남일’같던 얘기는 순식간에 내일이 된다. 건강할 때는 관심도 없었던 ‘건강’ 그 자체에, 몸이 안좋고 고통이 느껴지면 부여잡듯 매달리게 된다. 일상의 상실을 끔찍히 느낀다. 이 상태를 어떻게, 얼마나 지냈는가에 따라 그 후부터 이 주제를 바라보는 시선도 크게 달라지겠지.
약국 약봉지엔 ‘건강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평소라면 거들떠도 안봤을 식상한 어구가 욍욍 울렸다. 제발 그만 좀 아프게 해달라며 약봉지만 뜯었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오래 누워있었던 게. 집 안에서 이틀 반나절을 보낸 게. 정신이 들면 종종 생각더미에 파묻혔다.
그러다 문득 아픈 사람도, 아프지 않은 사람도 다 자기 생각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타적인 사람들, 바깥을 향하는 사람이 더 대단하다고 그렇다고 발끝만치도 못 미치는 나는 까짓 급체에 이렇게 골골대면서 누워서 뭐하노 하며 내일은 싹 괜찮아질 거라 위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