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수수한 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수한 Mar 18. 2018

강에 가

밤의 강가에서

날이 풀려 이윽고 봄이라 말하게 되었다.

낮과 밤의 온도차는 십여 도를 넘나들지만 한낮의 볕을 기준으로 밤 또한 봄이다.

내 낯은 더없이 서러웠으나 밤의 강을 걷을 수 있다.


하루 밤은 강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정면으로 바람을 맞고 갈 때는 콧물이 나더니 회귀점에서 뒤돌아 등을 때리는 바람은 따뜻했다.

하루 밤의 강은 든든했다.

온전히 나의 것인 문제를 고민하는데 복을 빌어주었다. 어째서 당신은 마음이 그리 넓은지요.


휘청휘청 잘 걸을 줄도 모르면서 걷기를 좋아한다. 걸어걸어 내가 보는 것은 강가의 풍경인지 상한 속인지. 강물은 시커매 목을 빼고 들여다보아도 일렁이는 강물과 가로등 불빛 밖에 비치는 바 없다. 반영을 유심히 눌러보다 또 나를 비추어보고 미루어보고 뜯어발겨본다.

세 밤은 더 지났다. 새 밤이 찾아올 것이고 나는 어김없이 강에 나갈 것이며, 새 물빛을 담아올 거다. 밤을 기다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앨리스, '다시' 읽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