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전하는 이야기
잎에 울긋불긋 물이 오른다.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연둣빛 보랏빛...
"아! 곱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단풍을 가만히 지켜보다 보면 디폴트값이 무채색인 내 마음에도 그 빛깔과 같은 온기가 전해져 오는 느낌이다.
고와라. 고와.
"볕을 쬐렴. 너는 밤하늘과 밤공기와 밤에만 만날 수 있는 것들을 참 좋아하지만, 한낮의 볕에서만 얻을 수 있는 에너지가 있어. 따스한 햇빛을 온몸 가득 맞다 보면 네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문제들이 잠시나마 잊힐 거야. 잠시나마 따뜻한 볕만이 네 안에 가득할 거야.
가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지 마. 가을이 가면 우리는 꽉 잡고 있던 가지를 놓고 지상으로 내려가겠지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또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뿐야. 가을이 깊어지면 너도 힘을 좀 빼고 지상과 하늘을 그냥 유영하듯 지내보는 게 어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