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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May 27. 2019

<삼삼한 이야기> 그 236번째 끈

과식

하나.

주위에 건강해지라는 사람이 늘었는데 구토가 나요
타인에게 하는 어떤 말은 스스로 건강해지려 하는 말 같아요
내가 나를 뱉는 일은 시간을 되돌리는 유일한 방식
다행이야, 자주 돌아갈 수 없어서
두고 온 과오들이 꽤 남아 있어서
돌아가는 일은 매번 윤리에 가깝고
고민은 혼자 버려야 예의 같은 시절이 지나가요

이훤, <과식> 중에서



둘.

과식을 하면서 단식에 대한 글을 쓰는 건 기만이에요. 좁은 마음을 자꾸 내보이면서 마음이 넓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건 슬퍼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되는 게 맞아요. 그렇지만 일부러 말을 모나게 할 필요는 없어요. 이상주의자의 기를 죽이지 말아요. 우리.


셋.

글 못 쓰는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 일기는 짧은 메모로 대체되었고 흩어진 생각은 좀처럼 모이질 못하고 파편인 상태로 남아 있다. 부서진 것들이 과하게 들어찼다.

요즘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닌 거 같아서 말을 줄이기로 했다. 그 찔리는 마음 탓에 글도 준 것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멋진 삶을 살고 있어야만 멋진 글이 나오는 건 아닐 거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다 보면 잣대가 내가 아닌 옆을 향할지도 모르니까 조심하기로 했다. 하나씩 바로 쌓기로 했다. 착실하게 일하고, 마음 열고 활짝 듣고, 진솔하게 말하고, 멋대로 평가하고 판단하지 않으면서! 일단 사람이 되자. 내 옆에, 네 옆에 있고 싶은 사람이 되자. 그런 사람의 글은, 그런 사람이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분명 가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오늘 밤은 조용히 뛰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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