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한 이야기> 그 56번째 끈

외출에 대한 세 가지 생각

by 수수한

01 준비

머리를 평소보다 빠싹 말린다.

한땀한땀 화장을 한다. 오늘의 BGM은 아델의 <19>앨범. 화장에 소울을 담는다.

봄 느낌이 나는 노란 남방과 꽃무늬 블라우스 사이에서 고민하다 노랑을 택한다.

신남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흥분을 가라앉히려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신문을 읽는다.



02 외출

이태원에 갔다. 그리고 남산을 올랐다.

약 1년에 한 두 번 꼴로 가는 이태원은 항상 낯설다. 반면 남산은 항상 시야에 있어와서 딱 한 번 가봤음에도 익숙하다.

한 친구는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다른 한 친구는 작년 여름에 봤다. 참 오랜만이구나. 싶지만 크게 내색하지 않는다. 볼 때 즐거우면 됐지, 만나는 빈도나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각기 다른 궤도를 가고 있지만 위화감이나 불편함은 없다. 허리에 힘을 바짝 주고 꼿꼿이 앉지 않아도 되고 '어떤' 형용사나 이미지를 정해놓고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대로의 나를 와장창 비워내고 온다.


03 귀가

낮은 봄인 척 하더니, 밤은 찬 속내를 드러내 겨울이었다.

'추워 뒤지겠네'를 열 번쯤 되뇌이니 집이었다.

많은 말을 쏟아내고 왔는데도 허하지 않다.

보일러를 올리고 아주 뜨거운 물로 몸을 씻는다.

중얼중얼.

한 쪽 귀를 막고 되뇌인다.

'내일은 즐거운 하루가 될 거야. 오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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