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짧았던 쿤밍에서의 하루

혼자 떠난 원통사 여행, 그리고 드디어 네팔로

by YEON


쿤밍에서의 노숙을 무사히 마친 후, 시내로 나가기 위해 3층 출국장으로 향했다. 1층으로 굳이 가지 않은 이유는, 달라붙는 택시 기사들이 너무 많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었기 때문이었다. 알람을 맞춘 7시에 일어나 3층 출국장으로 올라갔다. 방문했던 기간은 1월 초였기 때문에, 7시가 다 된 시간에도 밖은 동이 트지 않은 컴컴한 새벽이었다. 카페에 앉아 따듯한 녹차라떼를 한 잔 하며 동이 트기를 기다리다, 문득 짐을 맡기고 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 직원분께 ‘혹시 짐을 맡길 수 있는 곳이 있나요’라고 여쭤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였다. 공항에 짐 맡기는 곳이 없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작정 공항 곳곳을 헤집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구석에서 발견한 짐 보관 센터. 여권을 주면, 네임카드를 하나 작성하고 추후 짐을 되찾을 때 카드를 보여주면 된다. 짐을 맡길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나버려 비용이 얼만지 묻지도 않고 그냥 그대로 나와버렸는데, 알고 보니, 데스크 옆에 있던 계산표가 있었다. 쿤밍 공항은 시간당, 그리고 짐 개수 당 비용을 책정한다. 역시 이번에도 배웠다.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



그렇게 짐을 맡기고, 한국에서 혼자 대기할 때 찾아두었던 ‘원통사’를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원통사란, 당나라 때인 8-9세기에 걸쳐 세워진 사찰로 쿤밍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사찰이기에 이곳에선 나름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다. 다행히 어렵지 않게 택시를 골라 타고, 인터넷이 안될걸 대비해 캡처해둔 지도를 택시 기사님께 보여드렸다. 영어가 통하지 않았기에, 이렇게 찍어둔 화면은 내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다. (그렇다. 공항에서도 통하지 않았던 영어가 기사님께 통하기를 바랐다면 어리석은 생각이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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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여 분을 달려 원통사 앞에 도착하니, 등산복을 입은 나는 그들 사이에서 적나라한 외지인이었다. 지나갈 때마다 힐끗힐끗 쳐다보는 시선이 조금은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런대로 낯선 풍경을 즐겁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당시 혼자 원통사에 도착했을 때는 조금 무서웠던 것 같다. 오래간만에 낯선 세상에 덩그러니 떨어진 느낌이었달까. 하지만 새로운 문화, 그리고 역사가 담긴 장소를 좋아하기에 원통사를 방문했던 건 꽤나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이곳은 유교와 불교, 도쿄를 함께 모시는 특이한 성격이 깃든 곳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접할 수 없는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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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사 입구를 지나, 중앙에 있는 팔각정을 바라보니 무척이나 이국적이었고, 아름다웠다. 원통사에서 직접 방생하고 있는 연못 위에 세워진 팔각정, 그리고 위로 뻗쳐 나갈 듯이 솟아난 팔각의 형태가 짙은 인상을 주었다. 팔각정을 지나 위치한 대웅전의 내부 모습 또한, 한국에선 볼 수 없는 화려한 장식으로 뒤덮인 모습이었다. 석가가 말했던 ‘극락’이 있다면 이런 곳일까,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어준 공간이었다. ‘동불전’이라는 특이한 건축물도 발견했는데, 이 스타일은 태국식 건축 구조에 해당한다고 한다. 어쩐지, 앞에 있는 사찰과는 꽤나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던 곳이었다. (앞에 있는 동물상을 만지면 병이 낫는다는데, 못 만지고 나왔다는 슬픈 후문이.) 비록 짧은 지식으로 그곳에 얽힌 종교적 건축 양식을 완벽하게 구별할 순 없었지만,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경치, 건축물을 만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내겐 큰 배움과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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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역꾸역 택시를 잡아, 공항에서 캡처해두었던 (연결하고 싶었지만 연결할 수 없었던) 공항 이름이 쓰인 와이파이 캡처 화면을 기사님께 보여드렸다. 역시나 그와는 단 한 마디도 나눌 수 없었지만, 다행히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짧았던 쿤밍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니 공항에 제법 사람도 많고 가게들도 많이 열었다. 새벽에 느끼지 못했던 생동감을, 이제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우육면을 정말 좋아하기에 출발 전부터 공항에 가면 우육면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값도 저렴하고 맛있을 것 같은 우육면을 찾아 식당가를 이리저리 돌아다녔고, 읽을 수도 없는 메뉴판을 그림에 집중해 열심히 보다가, 결국 처음 방문했던 카페 겸 식당에서 우육면을 주문했다. 식사도 하고, 대원들과 함께 만든 여행노트도 끄적이며 그렇게 체크인 시간을 기다렸다.



항공편 출발 약 2시간 전에 체크인 게이트가 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드디어, 대원들이 있는 네팔로 떠난다. 진짜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드디어 나는, 네팔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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