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한 이들의 태도에 관하여
사랑하는 이에게 대해야 할 태도가 있다면 이별하는 이에게도 대해야 할 태도가 있을까? 우리는 사랑의 태도에 대해서는 많이 숙고해보지만 이별의 태도에 대해서는 그만큼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먼저 이별한 이들의 태도에 관하여 이야기하기 전에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이별을 대하였는지 거슬러 올라가 보자. 옛날에는 이별을 한 후에도 친구로 지냈다.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좋은 일은 축하해주고 슬픈 일은 위로해주고 가끔씩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 평이한 친구라는 존재와 다른 것이 없는 사이로 지냈다. (남, 녀 사이에 친구가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지내면서 좋았던 점은 이별을 하나의 이야기이지만 나와 그 사람을 통해 두 개의 이야기가 되고 두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생각하는 것도 느껴지는 것도 달라지고 왜곡된 내 기억을 가다듬기도 하고... 그렇게 지내는 게 좋았다. 하지만 사람 관계라는 게, 사랑했던 사이라면 더더욱, 나만 원한다고 가능한 게 아닌 걸 알기에. 이렇게 친구로 지내고 싶다는 내 바람은 하나의 헛된 추락하는 희망이 되어 곤두박질 칠 수 있다. 하지만 친구로 지낼 수 있다면 친구로 지내고 싶다. 진심으로.
하지만 앞서 말했던 곤두박질친 희망의 별은 운석이 되어 나와 그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오작교를 끊어버린다. 만남은커녕 대화조차도 기피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되면 각자가 이별을 대하는 태도에 어느 정도의 "예의"라는 게 존재하게 된다. 이별에 대한 "예의". 각자가 어느 정도의 예의를 표할지는 다를 수 있다. 개인차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분이 나쁠 수는 있다고 생각하나 그래도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보통의 "예의"가 존재할 터이니.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1. 이별의 이유를 물어본다면 최대한 회피하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면 (생기려나?) 사실적으로 이야기하자.
2. 서로의 행복을 기리자. 저주하는 것도 미워하는 것도 한순간이다. 결국은 사랑했던 사람이니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자.
3. 서로의 공통분모는 어느 정도 합의를 하자. 사람 관계, 금전 관계, 물품들은 하기 싫더라도 이야기할 것은 말하자.
4. 비이성적인 상태에서 연락하거나 만나지 말자. 순간에 의해 피 본다.
5. 서로의 물품은 소중하게 대하자. 버릴 것은 버리고 사용할 것은 소중하게 사용하자.
6. 서로의 악담은 절대 금물이다. 누워서 침 뱉기.
뜬금없이 내 물건이 나에게 물어봄 없이 사용되는 광경을 보게 된다면 참으로 어이가 없다. 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