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지는 게 두려워요."
익숙함. 평소에는 아픈 기억들에 익숙해지고 둔감해져서 좋았는데 이번에는 참으로 무서웠다.
내가 나로 존재하는지, 그림자가 나로 존재하는지 모르게 지낸 3일이었다. 분명히 갑작스러웠지만 충분히 갑작스럽지 않을만했다. 상주란에 '손 : 내 이름' 석자가 있는 것을 보고 느낌이 묘하더라. 첫째 날, 둘째 날, 셋째 날...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지치고 마음의 상처는 둔감해져 갔다. 첫날만큼 다음날은 슬프지 않았고 그다음 날은 더 슬프지 않았다. 외손자라고 해도 이렇게 슬픔이 빠르게 사라질 수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얼마 전에 친구에게 들은 "기계 같은 놈"이라는 말이 스쳐 지나가면서 내 감성과 감정은 다 거짓이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이상했다.
" 익숙함 "
이것이 이토록 무섭게 다가오고 느껴졌던 적이 있었을까? 몇 년을 알고 지내왔고 감사하고 또 고마움을 느끼며 살아왔는데 단 몇일만에 이렇게 슬픔이 빠르게 사라져도 되는가? 이렇게 빨리 계시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도 되는 것일까? 이게 정상인가? 나만 그런가?
온갖 물음이 지나갔다. 지나가는 물음표 사이에서 나는 닭살이 돋으며 무서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이 밀려들어왔다. 이렇게 빨리 익숙해져서 빨리 적응해서 미안합니다. 3일 동안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되뇌었지만, 앞으로 미래를 계획하고 대비하는 생각도 많았다. 만약 할머니가 좋은 곳으로 가시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렇게 부모님과도 어르신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며 옛이야기도 나누고 옛사람들 이야기도 나누었다.
" 익숙함 "
하지만 드문드문 떠오르는 그분과의 기억으로 슬퍼지고 내 온정을 다해 기릴 것이다.
그랬소. 예전에는 그랬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했다 아입니까. 사랑합니다. 또 사랑합니다.
많이 그리울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