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쓰다듬으며
모레노 빙하로 가는 욕심을 버리고 아타카마에서 더 머물기로 했다. 3일 정도를 조그마한 마을에서 지내다 보니 적응을 하기 시작했고, 아침잠이 줄어 그들의 생활로 삶으로 찬찬히 스며들기로 했다. 우연히 그들의 학교 앞을 지나면서 등교하는 풍경을 바라보니 등교시키는 부모님의 모습들과 사랑스러운 아이들, 더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그들의 눈동자까지. 사랑스러움이 넘쳐흐르는 풍경을 바라보곤 카페로 가서 편지지를 꺼내어 당신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언제쯤 당신이 이 글을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존재하지도 않지만, 언젠가는 존재할 당신에게 씁니다. 지금은 2018년이고 늦가을이에요. 예전부터 지금까지 당신의 또래를 마주치면 시선이 이끌려 버립니다. 나중에 나타날 당신은 얼마나 더 사랑스러울까 하며 바라보게 되죠. 그 또래는 존재만으로도 분위기를 압도하고 장악하는 모습이 참 신기했어요. 당신을 만나면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나도 처음이고 당신도 처음일 테니 우리는 모두 서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 서로 마음 가는 대로 하자고요. 그렇게 서로 입장과 관계를 다져가는 거죠. 당신의 반평생은 나와 함께일 것이니 성급하기보다는 천천히 미온으로 다가가서 미온으로 헤어집시다. 담백하게요. 마치 드라마나 영화처럼 섭섭한 이별이요.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뜨거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에 뜨거울 수는 없죠. 하지만 당신이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는 일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열렬한 사랑을 나누었으면 좋겠어요. 당신은 나에게 바라는 게 무엇일까 궁금하지만, 그건 천천히 알아가 봐요 우리.
당신이라고 하니 조금 어색하네요. 지금부터는 편하게 말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아가. 아직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테지만, 요즘 아기들을 보면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귀여워 죽을 것 같아...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내가 너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상상해보곤 한단다. ‘장난을 치는 친구 같은 아빠가 좋을까, 츤츤거리는 아빠가 될까, 아가에게 말은 어떻게 해야 상처 받지 않고 곧게 자랄까. 내가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우리 아가한테 더 도움이 될까.’ 온갖 상상을 벌써부터 하게 된단다. 참... 신기하지? 아가는 나에게 어떤 것을 바랄지 궁금하구나, 나도 아빠가 처음이고 너도 처음 생이라 서툴 거야. 그래도 서로 노력해서 잘 살아보자. 너의 평생 중에 절반은 아빠인 나와 함께일 거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남들이 어떻게 바라봐도 아가를 생각하는 마음은 표현하지 못해도 엄청나게 널 사랑할 거라는 것은 불변일 테니... 아빠로서 혹은 남자로서 친구로서 우리 아가랑 좋은 추억 몇 개 남기고 싶다.
사랑하는 아가. 너가 나중에 이 세상에 나타나 나를 바라보고 내가 너의 고운 손을 쓰다듬게 된다면, 그때만큼 뜨거운 순간은 더 이상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아가. 나의 한평생 중에서 가장 뜨거운 순간을 너와 함께 하고 싶구나. 건강하게 태어나다오 건강한 아빠가 돼서 너를 만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