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글을 시작하기 전, 나는 파리에 왔다.
2013년 11월에 마주했던 파리의 추억에 힘입어 몇 년을 버텨냈다. 그리고 2019년 8월 그리웠던 파리로 떠났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가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혼자 떠나야 했던 10일간의 여행. 파리에서 살아보듯이 여행을 하자라는 마음가짐 하나로 떠났다. 그곳에 마주한 감정들과 생각들에 대한 글이며 사랑스러운 사람에게 바친다.
SUDDENLY YOU WALKED IN
기분 좋은 아침만이 가지고 있는 느낌이 있어요. 스르르 잠에서 깨어 눈은 감고 있지만 나를 둘러싼 것들이 하나 둘 느껴지기 시작해요. 푸르스름한 하늘이 커튼 사이로 들어와 내 주변을 푸르스름하게 만들고 나의 냄새와 이불 냄새가 뒤 섞인 틈 사이로 상쾌한 공기가 스며들어와선 냄새를 더 포근하게 만들어요. 따듯한 이불속에서 부스럭 거리는 촉감과 이불 안쪽에 온기가 만들어낸 한 겹의 잠옷이 사글사글한 소리를 내는, 적당히 동이 튼 파리의 아침. 파리에 도착하고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몽롱한 정신으로 아침을 맞이했어요. 그리고 침대의 반대편으로 살짝 몸을 돌리니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드네요. 나는 혼자 파리 여행을 왔어요.
사랑스러운 당신과 함께 아침을 맞이하던 날도 지금과 같은 무드였어요. 하지만 지금과 다른 것은 당신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 날은 옆으로 살짝 몸을 기울면 이불보다 더 보드랍고 따스한 살결이 느껴졌죠. 비단결 같은 당신의 살결은 나에게 가장 행복한 아침을 선물해 주었어요.
정신을 차린 후 생각해보니 타지에서 남의 집에 머무르는 여행자임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시간을 이불속에서 "낭비"하고 있는 나 자신이 인지되었고 이렇게 누워있을 시간에 조금 더 새로운 것, 새로운 사람들을 마주해야 하다는 것을 깨우치고는 성급한 마음을 달래었어요. 하지만 마음만 성급해질 뿐 굼뜨고 게으른 나의 몸뚱이는 아직 침대에 누워있고 상쾌한 아침은 이내 찝찝한 아침이 됐네요.
파리로 떠날 때는 다시 만날 파리의 모습에 설렜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못한 아쉬움과 그 빈자리가 참 크게 다가왔어요. 이 날 아침을 시작으로 나의 여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다음에 함께하면 좋은 곳들을 찾아다니는 여행이 되었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왔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는 여행이 되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지 못해 아쉬운 적이 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