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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사이로 Apr 19. 2023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프리 에이전트로 일하기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겠다고?"

"프리 에이전트로 살아보려고."

"프리.. 뭐?"


얼마 전 퇴사한 저는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단도직입적인 버전도, 좀 더 예의를 차린 버전도 있지만, 결국 어찌 먹고살려고 하냐는 질문이지요. 


앞으로 저는 프리 에이전트Free Agent로 살아보려 합니다. 프리 에이전트는, 스포츠 업계에서 통용되던 표현인데요. 보통 FA라고 하지요. 소속팀에서의 활동이 끝나 이제 다른 팀과 자유롭게 계약을 맺어 이적할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를 말합니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원하는 조건으로, 원하는 사람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라고 확장하여 정의했고요. 더 나아가, 개인의 전문화된 지식·도구를 사용해서 어떤 조직(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독창적이면서 창조적으로 일하는 개인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회사와 함께 일할 수도 있지만, 한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형태. 하나 또는 여러 조직에 속해서 다양한 일을, 자유로운 형태로 할 수 있는 개인이죠. 필요에 따라 회사에 소속되기도 하기 때문에 프리랜서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 일하며 지내보려고요.



요즘 고용시장에는 예전과 다른 현상들이 많지요. 많은 직장인들이 자발적으로 퇴사를 선택하는 대퇴사의 시대를 지나, 그만두지는 않지만 주어진 일 이상의 노동을 거부하는 조용한 퇴사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뒤이어 인력 채용 규모를 축소하고 연봉 상승률을 축소하는 채용 프리징이 시작되었고, 대규모 정리해고를 감행하는 레이오프의 시대가 와 버렸지요. 있는 인력도 감축하는 마당에 프리 에이전트라니... 허황된 생각이 아니냐고 묻는 분도 계실 거예요.


저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어요. 시장환경이 어렵고 대부분의 산업 성장률이 답보하는 상황에서 더 귀한 것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는 역량 있는 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인력들은 몸이 무거워요. 연봉이 높고, 쉽게 움직이지 않죠. 기업 역시 이런 인력들이 상시로 필요하지는 않고요. 프리 에이전트는 근로자와 회사(사용자) 모두에게 이로운 근로형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제약 없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면서 새로운 경험과 일할 동력을 꾸준히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주 5일 출근과 같이 고정된 형태로 일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원 이외의 또 다른 정체성으로 활동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마련할 수 있어요.


기업 입장에서는, 고연봉의 전문 인력을 상시로 채용해서 고정비를 지출할 필요가 없죠. 또 채용에 충분한 비용을 투자할 준비가 되어있는 기업이라도 조건에 맞는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드는 시간비용을 무시할 수 없을 거예요. 특히 시니어급 인재의 채용에는 최소 몇 개월이 걸리고 때로는 1년 가까운 시간을 투입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렇게 되면 기업에서 원하는 시기, 원하는 프로젝트에 인력을 활용할 수 없고요. 


쓰고 보니 프리 에이전트 홍보대사 같지만, 저는 프리 에이전트로 이제 막 걸음을 떼어 보려 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다음 달부터 8개월 간, 일주일 중 이틀은 한 회사의 브랜드 컨설팅과 커머스 구축, 커머스 콘텐츠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이커머스/라이프스타일 콘텐츠/글쓰기/커리어 개발 같은 분야에서 프리 에이전트로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찾고 있어요. 얼마 전까지는 13년 차 경력직이었지만, 이제는 새내기 프리 에이전트니 모든 단계가 쉽지는 않겠지요? 그래도 열심히 찾아보려고요(협업 문의 대환영).


회사 핑계로 항상 차순위로 두었던 다음 책 출간과 독립출판물 발행도 차분히 시작해보려 합니다.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아요. 단편소설 쓰기도 배우고 싶고, 영어회화 공부도 하고 싶어요.


일과 삶이 조화로운 삶을 지향합니다. 좋아하는 일이 어느 순간 삶을 넘어서서, 그토록 좋아하던 일을 미워하게 되지 않도록요. 어느 날은 불안하고 어느 날은 힘들겠지요. 그래도 나아갈게요.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라는 표현은 레오 버스카글리오의 책 제목에서 차용했습니다.

*출처 : 다니엘 핑크,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

*참고 : 프리 에이전트에 대해 더 많은 내용이 궁금하신 분께는 '알로하융'님의 유튜브를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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