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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련 이다겸 Jul 05. 2022

그림 숲

그림 숲

                                         이다겸     


    휴일 그림을 만나러 벡스코에 간다. 15개국, 54개 해외 갤러리가 참가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107 갤러리들이, 4천 점이 넘는 작품을 선보이며, 동시대 미술의 장을 펼친다.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넓은 전시장에 인종이 다른 다양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그림을 통해 보고 듣는다. 멀리서 가까이서 작가의 혼과 삶, 인생이 담긴 작품을 한 점 한 점 응시한다. 점과 선으로 면이 채워지고, 사색의 공간이 된다. 그림 속 숲은 숲 속에 앉아 명상을 하며 힐~링을 하는 듯하다.   

  세계 각국의 인간들 삶이 담겨 있다. 밝은 색채와 흥겨운 주제를 보면 마음도 즐겁다. 시간과 언어 사이를 걷는다. 그리고 혼이 담긴 작품 앞에 서서 집중한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일까? 어떻게, 왜, 그렸는지, 구도, 색채, 작품의 소재를 살핀다.

  김현엽의 프로젝트 아트 부산 2017, 대상 수상작 <환시 인간- (Strange)>은 무력을 동반한 이성에 바탕을 두지 않은 이야기를 다양한 형태로 보여준다. 작가는 기괴하게 변화한,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해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작품 소재가 현실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되어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 아이디어를 동반해 위트 있게 표현한 작품이었다.     

걸레스님 중광, 그림에도 시선을 두었다. 'Mad monk'라 불리는 그는, 파격적인 필치로 독보적인 선화禪畵의 세계를 개척했다. 외국에서, 창조적인 글과 그림을 높이 평가받았다. 달마가 되고자 했던 수도승 중광의 삶과 예술, 그 어디에도 거짓과 위선이 없었던 예술가라는 호평이 있었다. <무제>라는 제목의 그림을 본다. 많은 것을 표출하고, 붙이고 싶은 제목이 많아서 <무제>라고 붙인 것일까? TV에서만 보았던 중광 스님이다. 스스로 걸레스님이라는 애칭을 즐기며  ‘괜히 왔다 간다.’는 묘비명의 글을 보듯이 일평생 자유롭고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다 갔다. 중광의 작품은 미국 록펠러재단과 샌프란시스코 동양박물관에도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커다란 어미 고래가 아기 고래를 등에 태우고 한가롭게 물을 즐기고 있다. 혹등고래는 특히 모성애가 강하다. 자주 호흡을 해야 하는 어린 새끼를 위해, 어미는 수개월 간 거의 굶주린다. 새끼에게 매일 500L의 젖을 먹이며, 10분에 한 번씩 수면 위로 올라온다. 헤엄치기 힘들어하는, 새끼를 등에 업고, 물 위로 올려 산소를 마시게 한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얼룩말의 자식 사랑을 본다. 엄마 얼룩말을 쳐다보는 강아지의, 사랑받고 싶어 하는 시선의 애틋함이 마음을 아리게 했다. 옆 그림에는 어미 말 등에 강아지를 태우고 가는 엄마 말, 즐거운 마음으로 따라가는 새끼 얼룩말... 얼룩말 등에 업혀 편안한 쉼을 하는 행복한 강아지의 표정과 모습을 볼 수 있다. 작품을 보면서 생각에 머문다. 우리 인간처럼 동물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을 하며 살아가는구나. 종을 뛰어넘는 어미의 모성본능은 어디서든 통하고 위대하다. 

  고 이중섭의 100주기 기념 전시회에서 만난 아내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표출한 작품전을 관람하였다. 인간적인 면모를 느끼며 감성 풍부한 편지글들은 애잔함을 자아내었다. 말년에 무연고자로 쓸쓸하게 힘든 삶을 마무리할 때까지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생각난다.

   그림 액자 속은 행복으로 넘쳐난다. 아름다운 꽃이 투영되고, 그림 속의 가족사진은 환하게 웃는 평화로운 모습이 보인다. 집안에 옹기종기 앉아 놀이를 하는 즐거움도 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곳은 편안한 안식처 집이다.


   그림을 보면  나무와 꽃은 현실에 존재하지만 작가가 그린 나무와 꽃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작품 속 사물들도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미술가는 보고 느낀 감성을 선과 색으로 표출한다. 감정의 출렁거림을 화폭에 담아낸다. 심플함. 담백하고 부드러움이 숨 쉬고 있다. 그림을 보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작가의 손에 의해 탄생하는 여인들과 꽃이 있어 더 아름답다. 대자연의 경이로움, 독특한 컬러 감각. 무궁무진한 세계를 담고 있는, 작가들의 생각과 예술을 사랑한다. 모든 사물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가의 힘!!     

  걸음을 멈춘다. 과거는 지난 시간들의 아쉬움이, 추억으로 깃들어 아름답다. 미래는 무한한 상상력과 희망, 꿈을 담을 수 있어 행복하다. 현재는 양쪽을 바라보며 상생할 수 있어 좋다.

  우리는, 작품 속으로 들어가 대화를 나눈다. 숲이 우거진 길을 보면, 상큼한 공기를 들이키며 그림 속, 길을 걷는 나를 발견하다. 

  어둠과 빛의 조화가 담긴, 그림 속 계단을 오른다. 한걸음, 한걸음 여유가 묻어나는 마음을 가지리라.. 그림은 미지의 세계로 초대, 즉 삶을 대변하는 소통이고, 대리만족이다. 그림을 보면 작가의 맑은 영혼이 보인다. 다음에는 어떤 세계로 초대받을지 벌써 설렘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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