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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련 이다겸 Aug 03. 2022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람     

                                                          이다겸


  고령화로 접어드는 사회다. 노후 나의 삶을 그려 보고 싶어 사회복지학과 3학년 편입을 했다.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 취득을 위한 사회복지현장실습을 하러 갔다. 무더운 여름, 기관 분석, 문서 작성법 등을 익히며 실습은 두려움과 설렘으로 시작되었다.     

  사례관리 부분을 실습할 때다. 사례관리 대상자는 실습지도자가 부산 역에서 노숙자 상담 중 발견한 왜소한 체격의 어린 남자 노숙자였다. 어릴 때 어머니 가출, 아버지의 사망으로 인해 온전히 혼자 세상을 살고 있었다. 성인이 된 지금도 인생의 고달픔을 어린 나이부터 배워온 대상자는 첫 만남에서 눈을 맞추지 못하고 행동과 사람을 대하는 모든 면에서 익숙하지 않았다.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무엇을 하는지 숨조차 쉬지 않는 모습이었다. 

     

  간식을 챙겼다. 방울토마토, 계란, 감자 삶은 것, 빵 , 내가 평소 즐겨 먹지 않는 아이스커피까지 곁들여 간식을 나누어 먹었다. 곁에 앉아서 감자는 껍질을 벗겨 주고, 다정한 누나 같은 마음으로 챙겨주었다. 간식 먹지 않으려고 하면 건강을 생각해서 먹자. 고 하면서 약간의 강제성도 있었다.      

  며칠이 지났다. 나의 진심이 통했는지 배시시 웃으며 ‘아이고 먹기 싫은데 자꾸 먹으라고 하니 간식을 먹어야 되겠네’.라고 한다. 활짝 웃게 만들고 싶은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줄 몰라 서먹하게 끝나 아쉬웠다.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친하고 싶어서 아는 것도 물어보고  대화를 시도하면서 따뜻함을 그대로 표출하였다. 실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작고 가냘픈 손이 생각나 애잔한 마음이 가슴에 담겼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다.     

  실습이 끝났다. 어렵게 약속을 해서 몇 번 만남이 있었다.

저녁을 함께하기로 한 날이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장례식도 시에서 지원을 받았다고 했다. 어머니 소식은 알 수 있지만 찾지 않는다고 하였다. 어머니와의 만남이 두렵기도 하고 서로에게 짐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끔씩 오랫동안 헤어졌던 부모를 찾아 만나고 나니 더 마음만 아프고 안 만나고 그리워할 때가 더 좋았다는 기사를 보았다. 사례관리대상자도 엄마를 만나기도 전에 마음의 부담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정답은 없다. 그러나 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엄마가 그리워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누구나 삶을 펼치면 기쁨과 슬픔이 공존한다. 희망과 즐거움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하면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담담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오랫동안 자신의 가슴에 꾹꾹 담아 두었던 숨어 있던 단어들이 문장으로 연결된 이야기를 들으니 내 마음 한구석은 아렸지만 오히려 가슴이 후련하다.       

  안부 전화가 왔다. 환하게 웃는 모습과 목소리가 저 너머 멀지 않은 거리에서 와닿았다. 가끔씩 얼굴을 본다. 밝은 표정과 정겨운 웃음, 먼저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긍정적인 좋은 모습으로 변해가면서 마음이 조금씩 열림을 알 수 있었다. 지금 그는 기초생활보호 수급자로 등록해 사회 도움을 받아, 대학에 진학해 복지학과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졸업을 하면 복지사로 취업을 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열심히 살고 있다. 

    

  내가 20대 회사에 근무할 때 일이다. 여직원 회장을 맡으면서 직원들과 함께 주기적으로 고아원을 방문했다. 아이들과 친해지니 한 아이가 집 주소를 물으면서 집에 놀러 오고 싶다고 하였다. 엄마한테 이야기했더니 고아원 방문해서 사랑을 나누어 주는 것으로 만족하라는 냉정한 답을 들었다. 시간이 흘러도 그 아이 얼굴은 기억할 수 없지만 마음이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세상에 완전한 사람은 없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례관리대상자와 첫 만남을 가졌을 때 모습에서 장애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음을 열고 보니 장애라기보다는 사람들과 관계를 어떻게 가져야 할지 몰랐다. 자기표현 부족 자존감이 없었다. 어느 누구와도 만남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마음이 아팠다.

 오늘은 맑고 쾌청한 날이지만 내일은 구름이 가려서 햇살을 볼 수 없는 날도 있다. 나이와 삶은 다르지만 정이 든 것일까, 만남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난 후는 적극적이다. 점심 먹었느냐는 전화도 오고, 오늘 속상한 일이 있었다는 하소연도 한다. 목소리로 안부를 전하고 가끔씩 얼굴을 보며 마음을 나누고 있다.     

사람들은 각자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실습지도자는 지금도 어려운 이웃들한테 폭넓은 상담을 해 주고 사회복지사로서 봉사하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행을 베풀고 어려운 이웃을 보듬어 주며 이끌어 주는 실습지도자 삶을 본다. 실습지도자와 사례관리자가 따듯한 인연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간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삶의 목적은 행복이다. 내가 행복하면 가족이 행복하고 사회가 행복해진다. 사람과 사람은 소통하고 부대끼면서 살아간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 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는 마음은 이미 복지사의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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