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 내면 삼촌이 학폭 가해학생 혼내드립니다.(2018.9.12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12/2018091200131.html
기업들의 원정소송(2021.2.16 매일경제)
https://www.mk.co.kr/today-paper/view/2021/4773483/
차량절도 풀어줬더니 1주일만에 또 촉법소년인데요(20201.3.5 MBC뉴스)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109681_34936.html
택시비 떼먹은 인간 공개수배(2021.3.6.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1/03/06/DT5SKT7CCVGKXESQVGWS62FJNM/
이 기사들에는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국내 사법절차가 문제해결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강한 불만, 불신이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거의 논문을 쓰는 정도의 노력과 고민, 자료조사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짧은 시간에 제 힘으로 다뤄볼 소재가 아닙니다.
다만, 법원의 공식적인 통계 몇 가지를 제시하며 저나 많은 분들께서 느끼시는 법감정 괴리가 실체가 있는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1. 첫 번째 통념 : 죄를 지으면 감옥에 간다. 정말?
"죄 지으면 감방간다."
우리는 죄를 지으면 감옥에 가야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죄를 지어도 감옥에 가지 않는다면 선한 사람은 부당하다고 느낄 것이고, 악한 사람은 '그럼 한 번...?'하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2020년 법원의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9년 제1심에서 자유형(징역 또는 금고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총 144,696명입니다.
그런데 이 중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81,565명으로 56.4%에 달합니다.
그렇다고 나머지 43.6%의 피고인들이 그럼 강한 징역형을 살았는가?
그렇지도 않습니다.
30,671명(37.6%)가 1년 이상 3년 미만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2위가 1년 미만(23,263명, 28.5%)을 선고받아, 전체 실형의 2/3인 66.1%가 3년 미만의 실형임을 알 수 있습니다.
10년 이상, 무기징역은 둘 다 합쳐서 503명(0.6%)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제1심에서 기소된 전체인원 중 10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확률은 얼마인걸까요?
겨우 0.34%입니다.
과연 우리나라 법원은 범죄자들에게 '범죄를 저지르면 크게 처벌받는다. 한동안은 사회 구경도 못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을까요?
아니면 '까짓거 수틀리면 한 번 더 좀 다녀오지 뭐, 잘하면 안 갔다올수도 있고'라는 마음을 들게 만들고 있는 걸까요?
물론 이는 제1심의 전체통계이고 대부분의 범죄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단순절도나 생계형범죄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각 범죄별 통계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2. 두 번째 통념 : 사람을 해한자는 감옥에 간다. 정말?
형법 제26장은 과실치사상에 대해 정하고 있습니다.
과실로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하거나 사람을 사망하게 한 자는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벌금 700만원,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사망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생소하실 수 있는데, 최근 유명했던 사례로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있습니다.
유해물질로 만든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용자가 사망하거나 중증의 장애를 얻은 피해자들의 고소고발로 기소된 사건에서
일부 피고인만이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유죄가 확정되었는데 징역 6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2019년 과실치사상죄의 집행유예율은 어떻게 돌가요?
534명 중 491명이 집행유예를 받아 91.9%였습니다.
다음으로 집행유예율이 높았던 범죄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이었습니다.
5,907명 중 5,115명이 집행유예를 받아 86.6%를 기록했습니다.
3위는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17,444명 중 13,748명이 집행유예를 받아 78.8%를 기록했습니다.
반대로 집행유예율이 가장 낮은 범죄도 3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사기와 공갈의 죄가 32,617명 중 9,724명으로 29.8%였고,
다음으로 절도와 강도의 죄가 9,338명 중 3,582명으로 38.4%,
횡령과 배임의 죄가 3,288명 중 1,753명으로 53.3%였습니다.
집행유예는 법리적으로는 유죄가 아닌 것도 아니고 징역형이 아닌 것도 아닙니다.
다만 형의 집행을 말 그대로 유예했을 따름입니다.
그리고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참고한 양형사유가 있었을 것이고 대법원의 양형기준도 준수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의 법감정이 이해할까요?
그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집행유예를 아예 내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 아닌가 싶은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같이 강력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여 민사적으로 손해를 배상받지도 못합니다.
과실치사상의 경우 피해자는 평생을 고통속에서 살아가거나 죽은 이를 그리워하며 괴로워해야 하는데 민사적인 적절한 배상도 없는 마당에 실질적인 징역형이 없다면,
피해자 대다수와 그 주변 사람들 그리고 제3자가 어떤 생각을 할까요?
3. 마치며 : 법은 강자를 제약하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
일본 교환학생 시절 제 지도교수님은 법철학이 전공이셨습니다.
그 분과 첫 수업때 나눴던 대화는 지금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저의 법에 대한 인식을 물었고 저는 법이 강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법은 오히려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를 제약한다. 법이 없다고 상상해보라.
강자들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있는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과거 왕족과 귀족들은 평민들을 해치고 다치게 해도 처벌받지 않거나 받아도 그들 스스로가 담당하는 별도의 법정에서 재판을 받았습니다.
왕족과 귀족, 성직자, 평민을 막론하고 모두가 동일한 법률 아래에서 동일한 재판을 받게 된 것은 고대 로마 이후로는 근대에 와서야 비로소 가능해진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떻습니까?
강한 자가 법의 보호를 받고, 법의 이름으로 합법적으로 면죄부를 받거나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닐까요?
오히려 약한 자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가벼운 처벌을 받은 가해자에게 사적제재를 가해서는 안되는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여러분의 의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