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업종별 최저임금 적용에 관하여 격론 끝에 도입을 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었다고 합니다.
당연하게도 사용자위원들은 반발했고 재계 또한 성토하는 분위기입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주장의 핵심가정은 "업종별 지불가능한 최저임금에도 일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란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정말로 그럴까요?
저는 최저임금을 업종별 차등적용 하는 것이야말로 자영업자들의 자살행위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위의 가정은 인간의 본성에 반하며, 기존에 이미 드러나있는 현실을 외면한 비현실적 가정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첫번째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업종별 최저임금을 차등을 두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을 가면 그만이다"는 것입니다.
알바몬이 알바생들 1,9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입니다.
https://www.outsourci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90261
여기 따르면 편의점 알바는 평균 시급 8,678원을 받고 있습니다.
편의점 알바생 모두가 시급 1만원인 학원알바, 힘든 생산직은 못한다 하더라도, 과연 시급 9,129원을 받는 매장관리, 9,769원을 받는 콜센터, 9,982원을 받는 사무보조를 할 수 없을까요?
직종별 최저임금에 차등을 두자는 주장은 기본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을 받는 업종에 근로하는 사람들이 쉽사리 다른 업종으로 옮겨갈 수 없어야 비로소 성립합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듯이 편의점 알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매장관리, 콜센터, 사무보조를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디에서 사든 똑같은 품질의 공산품, 기성품을 싸게 파는 가격경쟁력만으로 승부할 것이 아니라면,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낮은 임금을 적용받는 업종일수록 영세자영업자의 몰락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메뉴, 가격, 매장규모, 음식맛이 모두 비슷하고 오로지 알바생 유무만 다른 식당 A와 식당 B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당연히 고객들은 식당 A를 갈 것입니다.
알바생이 있는 식당A가 서빙속도, 청결도, 고객응대에서 B보다 앞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식당B가 압도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거나 비슷한 맛의 음식을 더 싸게 내놓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식당B는 알바생이 없는만큼 재료 주문, 손실, 요리, 서빙, 청소, 계산 등을 주인 내지는 주인과 그 가족이 모두 담당해야 합니다.
식당 A의 사장이 재료에 신경쓰거나 음식개발에 신경쓸 수 있는 환경인 것에 비하여(적어도 B에 비해), 불리한 환경에서 더 맛있는 음식을 내놓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물론 식당 B는 알바생을 쓰지 않는만큼 식당 A에 비해서는 고정비가 감소되는 효과는 있으나, 비용을 줄이더라도 매출 자체가 일어나지 않아서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전에 어쨌건 공식적으로는 업종별 최저임금이 같던 때에는 싹삭하고 일잘하는 A급 알바가 최저임금이 낮은 업종에서 일할 확률이 0는 아니었다고 한다면, 공식적으로 업종별 최저임금이 생기면 A급 알바가 최저임금이 낮은 업종으로 갈 확률은 0에 수렴하게 됩니다.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왜 일어날까요?
사장님들은 이해를 못하겠지만 노동자들은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첫째는 당연히 적은 임금 때문이고 그 다음으로 첫번째만큼이나 큰 이유가 미래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말은 당장은 적은 임금을 받고 버티지만 나중에 더 임금이 올라간다거나, 여기서 전문성을 쌓고 중견이건 대기업이건 이직이 가능하다거나 적더라도 정년이 보장된다거나 하는 어디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모두가 중소를 회피하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배달을 뛰거나 알바를 하거나 차라리 놀지언정 중소를 가지 않습니다.
받는 돈은 콜을 뛰는 것보다 적고 알바랑 별반 다르지 않은데 딱히 경력도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소기업, 특히 지방의 생산공장은 나이드신 분들이 있고 젊은 분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을 것입니다.
일본에 예전부터 여행을 가신 분들이라면 편의점에서 이질감을 느끼실 것입니다.
편의점만이 아니라 맥도날드 같은 요식업에서도 느껴지는 일입니다.
바로 2000년대 초중반에 여행을 갔을 때만 해도 편의점이나 요식업에서 캐셔를 보거나 서빙하는 사람의 상당수가 일본인이었을텐데, 지금은 여러 외국에서 온 외국인의 비중이 더 크다는 점입니다.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아"하고 배짱을 부리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지나치면 진짜로 아무도 가지 않음을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구인난과 일본의 편의점은 이미 보여주고 있습니다.
절대 착각하지 말아야 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냉정히 말해 세상에는 이미 알게 모르게 등급이 있고 대우가 다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공식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일단 공식화하게 되면 뒤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미묘한 감정선을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됩니다.
소탐대실할 뿐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