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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May 22. 2024

이사를 하면서 느낀 점

결혼하고 8년을 거주하던 집을 떠나 이사를 했습니다.

신혼 때는 짐을 넣는 상황이었으니 진짜 의미의 이사는 결혼하고 처음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사를 하면서 여러가지를 느꼈기에 한 번 간단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 영업은 친절과 자신감이다.


이사를 하면서 폭풍검색을 했더니 포장이사를 하려면 좀 돈이 들더라도 검증된 업체를 쓰는게 낫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사업계에서 유명한 대형업체 3곳의 견적을 받아보았고, 결과적으로 저희는 가장 비싼 곳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면 더 저렴한 견적 2곳은 왜 선택하지 않았는가?

먼저 110만원이나 낮게 부른 대형업체는 일단 이사인원이 남녀 각 1명을 덜 쓴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지만,

해당 업체를 선택하지 않은 결정적 이유는 "저희가 요즘 일이 없어 죽겠습니다. 잘 해드릴테니 믿고 맡겨주십시오."란 말이었습니다.


죄송하지만 저희가 자선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엄연히 열심히 번 우리 부부의 돈을 써서 이사를 하는데, 일도 없는 이사팀에 맡겨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나 면접을 보러 가서는 절대 불필요한 겸손은 떨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적당한 자신감과 당당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계약을 따내거나 채용결정을 받는데는 훨씬 도움이 되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음으로 40만원 더 낮게 부른 업체는 견적내용 자체는 제일 비싼 업체와 똑같았습니다.

이사내용, 투입하는 인원도 다 동일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체를 선정하지 않은 것은, 저희가 집에 없어 시터님만 계실 때 와서 견적을 내고 갔는데 시터님이 물어보는 말에 제대로 답을 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부득이하게 이사할 집의 거주자를 직접 만나지 못했다면, 내가 견적을 낼 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내 계약 성패에 중요한 사람이지 않겠습니까?

그런 사람이 물어보는데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는 것은 저희 집 이사계약을 따내는 것이 절실하지 않거나, 장사의 기본을 모르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2. 최근 경기가 안 좋은게 사실인거 같다.


회사에서 일도 많고 여러가지로 신경쓸 일이 있고 해서 사실 이사준비를 미리미리 일찍부터 준비를 하지 못했습니다.

기존 살던 집이 계약만료 1달을 앞두고 겨우 다음 임차인이 구해진 것도 원인입니다.


그래서 내심 걱정을 했었습니다.

이사업체를 알아보는 것부터 도배, 입주청소를 구하는 것까지 안 구해지면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제 기우였습니다.


제가 참고한 2~3년 전 글에는 이사를 잘한다는 평이 많은 명예의 전당팀이나 대형업체의 경우 최소 1~2달 전에는 예약이 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저희는 한달 조금 더 남은 시점에서도 견적을 받고 예약을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도배와 입주청소는 이사업체만 구하고 또 바쁜 일상을 보내다 이사 1~2주 전에 급하게 알아보았음에도 업체를 구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면 20년 7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16,002건이었는데 올해 3월은 3,482건이니 1/4토막 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이사와 관련된 수요도 줄어드는게 당연할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구매가 아니므로 인테리어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아마 인테리어 시장도 불황을 겪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3. 이 좁은 집에 이렇게나 많은 짐들이 있었다고?


이사를 하면서 잃어버린 것들도 찾고 어디에 들어가있었는지 모를 짐들도 쏟아져나왔습니다.


만약 우리가 집에 있는 짐들을 밖에 내놓고 산다면 온 도로가 짐으로 가득차겠다는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이사는 확실히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가끔은 불필요한 것을 미리미리 버리는 차원에서라도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4. 1/3이 아닌 2배 차이?


아무래도 아이가 크니 집이 좁아서 노는데 불편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좀 부담은 되지만 32평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산술적으로는 24평에 비해 1/3인 8평만 커진 것이지만 체감상으로는 2배는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실평수로도 1/3이 늘어난 것인데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예전에 어떤 책인지 논문에서 보기로 외국(아마 유럽이었던거 같습니다)에서는 1인당 13평의 주거공간이 권장된다고 합니다.

1인당 13평 이상의 공간이어야 그 집에 거주하는 각 개인이 공간으로 인해 서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말이었습니다.


이걸 그대로 적용하면 저희 3가족이 살 집은 최소 39평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실평수기준으로 하면 45평, 50평은 되어야 할지 모르구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그 정도 집을 부담없이 살려면 외곽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어느 도시건 외곽으로 가면 갈수록 직장도 없고 문화시설이나 쇼핑센터 등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아무리 집이 40평, 50평이라고 하더라도 근처에 지하철도 없고 마트도 없고 아이들 학원도 없고 문화시설도 없는 곳에 덩그러니 아파트만 있다면 그런 곳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인당 13평이라는 연구결과는 모르더라도 본능적으로 시내에 있는 30평대 아파트를 갖고자 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5. 삶은 협상의 연속이다.


이번에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기존 임대인, 새로운 임대인과 여러가지 협상과 조율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기존 임대인분과는 그간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고, 새로운 임대인분은 좀 깐깐하신 분이기는 하지만 대화가 안되거나 하지는 않아서 계약을 진행하는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모든 협상은 세 가지 특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1. 갑을관계가 있다.

2. 계약 또는 기존의 상거래 관행이 있다.

3. 거래 상대방에 대한 인상이 중요하다.


먼저 갑을관계란 힘있는 사람과 힘없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급한 사람과 느긋한 사람, 당장 필요한 사람과 천천히 해도 되는 사람, 이 계약이 다른 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람과 아무래도 좋은 사람 등, 상황에 따라 객관적인 힘의 강약과 갑을관계는 다르게 갈 수도 있습니다.


또 모든 협상은 계약서에 기반해 진행하거나 최소한 기존에 거래했던 상거래관행이 근거해 시작하고 진행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거래상대방에 대한 신뢰, 인상은 매우 매우 중요합니다.

거래상대방이 영 미덥지 못하다면 협상 자체를 깨거나 정해진 계약, 상거래관행에서 변경을 1도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거래상대방이 신뢰할만하다 싶으면 특약을 넣거나 기존 상거래관행에서 조금은 변경을 허락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상으로 이사를 하면서 느낀 여러가지를 두서없지만 적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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