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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수 Nov 01. 2020

에필로그 | 작가의 말

사람이 죽고 난 이후에 하루라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이야기의 모티프는 실제 내가 꾼 꿈의 내용에서 가져온 것이다. 내용인즉슨 내가 테러리스트의 공격에 의해 머리에 총탄을 맞고 죽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내게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있었고 그 시간을 이용해 가족들에게 못다 한 유언장과 유품을 남기고 있던 것이었다. 1편에 나오는 명품백과 일기장이 실제로 꿈에 나온 내용을 가져다 쓴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죽음이 두려웠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사람의 발달과정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것일 텐데도, 여전히 그 두려움은 어린 시절에서 끝나지 않고 지금까지 나를 사로잡는 인생의 물음표 중에 하나이다. 그런 점에서 10편의 주인공은 내 모습을 투영한 것이기도 하다. 지금은 숨을 쉬고 있는데 죽을 때 숨이 멎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나는 내가 죽는 과정을 감각할 수 있을 것인가. 죽고 난 다음에는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저 암흑? 아니면 성경에 나오는 천국이나 지옥? 아니면 잠에 든 것마냥 내가 의식하지 못하지만 실제로는 있는 어떤 세계?

그것이 무엇인지 지금은 알 길이 없지만 확실하게 아는 것 하나는 우리 모두는 반드시 언젠가 죽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시한부 인생이자 유한한 존재인 우리에게는 삶의 한계가 있다. '한계'라는 것이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지만 그것이 있기에 우리는 더 유의미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버킷 리스트라는 것을 만들어서 실행에 옮기기도 하고,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양심에 따라 도덕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뿐 아니라 누구나 인생이 다 아름답고 오색찬란한 것은 아니기에, 때로는 생이 끝난다는 것이 신의 축복인 사람들도 있다. 이 고독과 고달픔이 언젠가 끝이 난다는 것이 한 줄기 희망일 수 있는 삶도 있다는 것이다.

어찌 됐든 죽음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때에 갑자기 닥칠 것이고, 나는 작가로서 불시에 죽음을 맞은 사람들에게 하루의 시간을 주고 싶었다. 다 쓰고 보니, 10명의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24시간을 잘 보낸 것 같았다. 바라기는 이 24시간이 그들에게 선물 같은 시간이었길, 죽고 나서야 마음껏 고양이를 안아볼 수 있었던 4편의 주인공처럼 죽음이라는 것도 실은 그렇게 나쁜 건 아니었음을 깨닫는 시간이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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