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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수현 Apr 22. 2022

브랜드를 전시합니다

마케터의 공간여행, 라네즈 라이프 오아시스 2.0

길고 길었던 코로나가 막 마무리되는 것 같은 느낌이죠? 때맞추어 오는 봄바람은 사람들의 나들이 욕구를 뿜뿜 자극합니다. 저도 너무나 바빴던 프로젝트를 드디어 끝내고, 어디 브랜드를 구경할 공간이 없을까 둘러보았습니다.




공간을 잘 풀어내는 브랜드, 아모레


아모레는 공간을 잘 쓰는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그 유명한 아모레 사옥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디자인했죠. 이 분이 아모레 서경배 회장을 자신이 만난 최고의 클라이언트 중 하나였다고 평가하는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아모레사옥 옥상정원, 출처 현대건설


아모레 성수도,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도. 하나같이 공간을 브랜드 경험의 미디어로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브랜드 경험의 전시는 플래십 스토어와는 어떻게 달라야할까요?


플래그십 스토어의 경험

플래그십 스토어는 상설로 운영하는 만큼, 고객 방문 빈도가 높을수록 유리합니다. 따라서 시간을 소비하요소를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죠. 카페, 라이브러리, 체험 프로그램 등 체류를 길게 늘이는 문화 접점을 디자인합니다.


전시회로 풀어낸 경험

그런데 전시회는 다릅니다. 정해진 기간의 전시회는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해야 하죠. 보다 많은 타겟에게 메시지를 각인시킬수록 유리합니다. 메시지가 간결하고 임팩트 있을수록 좋을 뿐 아니라 주어진 시간 안에 서사가 분명한 스토리 구조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라이프 오아시스 2.0은 전시회 안에서 브랜드를 어떤 스토리로 풀어냈을까요?





메시지를 시각화하다


라이프 오아시스 전시에 2.0이 있다는 건 1.0도 있었다는 거겠죠? 2020년에 라네즈가 라이프 오아시스라는 전시를 에스팩토리 A동에서 했군요. 여름이었으니 수분의 컨셉을 물씬 담아 오아시스라는 이름으로 미디어 아트를 엮었습니다.


이때 아마 반응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가 끝나가 드디어 고객과 면할 2022년 봄을 놓칠 수 없죠. 라네즈는 라이프 오아시스 2.0에서 <회복>이라는 주제를 공간에 풀어냈습니다.


좋은 영화에 여운이 남듯, 좋은 전시회 마음에 깁니다. 라네즈는 <회복>이라는 주제를 수분에 특화된 히알루론산이라는 (이름도 어려운) 분자구조와 엮어 라네즈의 하늘색 패키지로 시각화시켰습니다. 


라네즈의 하늘색 패키지 시각화

전시를 돌아보는 내내 하늘색 컬러와 정사각 패키지가 시선을 따라다닙니다. 20분이면 다 둘러볼 공간에서 히알루론산 이름과 함께 수분 = 라네즈로 어느새 기억하고 있다면, 전시회는 성공한 겁니다.





내 이름을 불러주는 전시회


처음 입장부터 본인 사진을 찍고 자기 이름을 입력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사실 고객 이름 입력해서 제대로 풀어낸 곳이 없었기 때문인지 초반에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만, 8개의 공간을 거쳐가면서 이름과 사진이 재미있게 활용되는 걸 보니, 전시회 테마를 "나"라는 인물로 바꿔 잘 풀어갔구나 싶었습니다.



이름과 사진으로 나 개인을 전시회 주인공으로 풀어내다

전시회 곳곳에 ID 카드를 대면 내 이름을 계속 불러줍니다. 내 이름을 부르고 내 표정을 변화시켜가며 <나의 회복>으로 테마가 바뀝니다.

중요한 건 사진이 이뻐졌다는 겁니다. 10년은 어려 보이게 피부도 뽀얀 것이 사진 공유를 안 할 수가 없었죠.


마음에 쏙 들게 AI로 바꿔주니 공유하지 아니할 수 없는 사진 조작(?)품


보도자료를 보니 역시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보는 회복의 시간을 기획했다고 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본인의 얼굴을 제대로 봤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전시회에서 내면을 들여다보고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라네즈 한경 보도자료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203210166g




디지털 아트로 전하는 스토리


휴식과 회복에 자연의 테마로 쉼을 표현한 공간들이 코로나 이후 많아졌습니다. 솟솟의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가 그중에 하나입니다.


라네즈는 디지털 아트를 통해 조금은 도시적인 신비로움을 연출했습니다. 어두운 곳의 빛과 안개에 혼자 있는 느낌을 받았고, 오묘한 음악 속에서 충분히 멍뭉할 수 있었죠.


회복의 전시 테마는 시작 - 주체 - 큰 물결 - 균형 - 축제 - 완성 - 영감  - 기억으로 연결됩니다.


신비로운 안개의 방을 지나니 빛의 쇼가 연출되기도 하고, 몸을 움직이면 바닥과 벽이 움직입니다. 좁은 공간에 알뜰살뜰히 재미를 녹여 20분은 후딱 갔죠.



저 개인적으로 꽤 재미있게 본 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각형의 쇼였는데, 끝나고 보니 히알루론산이라는 수분 분자구조였습니다. 참 설명하려니 어려운데 쉽고 재미있게 풀었죠?




마지막 방은 노보 작가가 회복이라는 주제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받은 영감을 작품화 한 방인

입니다. 결국 회복은 매일의 소소한 일상에서 일어난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잔잔하지만 여운이 남았죠.


전시를 위해 완성된 다섯 작품 속 모든 오브제는 워터뱅크의 메시지인 "회복"이라는 주제로 고객들과 나눈 대화에서 파생되었다. 일출을 보는 것, 운동을 할 때, 좋아하는 카페에서 디저트를 먹는 시간, 키우는 식물을 아침마다 들여다보며 새 잎을 기다리는 것, 나를 아끼는 사람들과의 대화, 늘 내 옆을 지키는 동물까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제법 많은 것들이 우리를 회복으로 이끌고 있다.

출처: 라네즈 라이프 오아시스 2.0 노보 작가의 방


출처: 아시아타임즈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20321500357




메이커를 강조하는 엔딩 크레딧


전시회에서 가장 잘했다 생각한 것은 마지막 방에서의 엔딩크레딧이었습니다.

사실, 어떤 결과물에도 만든 메이커를 부각해주는 건 영화밖에 없습니다. 유일하게 긴 시간을 할애 해 그동안 수고한 사람들의 이름을 지나가는 행인  분까지 낯낯이 소개해주죠. (게다가 Pixar의 animation은 엔딩크레딧이 재밌기까지 해 끝까지 앉아보는 힘을 가졌습니다.)


이 공간을 준비했던 건 아모레 CX 팀인가 봅니다. CX팀을 시작으로 메이커들이 쭉 올라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피날레는 나의 이름을 주인공으로 불러주며 끝이 납니다. 전반적으로 '나'와 '메이커'에 집중해 사람을 강조하는 스토리는 잘했군 생각했습니다. 


만든 사람의 이름이 들어간 엔딩 크레딧


나의 이름으로 끝나는 엔딩 크레딧





그럼에도, 아쉽다


첫째, 프롤로그가 없다

영화에서 스토리는 좋은데 도입부가 약했다고 할 수도 있고, 영화는 좋았는데 예고편이 기대감을 못주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메인 로비의 너른 공간 어디에도 테마에 대한 트레일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생각보다 휑한데?라고 생각했다가 갈수록 괜찮다고 느껴졌죠. 메인 로비에 또는 디지털 아트로 이동하는 동선 어딘가에 테마를 기대하게 하는 복선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예를 들어, 전시공간 안내판이 오히려 동선 벽면에 스토리 형태 비주얼로 풀렸다면 걸어가는 동안 호기심도 자극하고, 유휴 공간에 역할도 생겼겠죠?


둘째, 테마의 길이감

방의 크기도 아쉬웠습니다. 공간의 크기는 테마를 이야기하는 길이감인데, 조금 걸으면 금새 끝나 다른 방이 이어지니 여유가 부족했습니다. 예를 들면, AI로 표정이 다양해진 내 얼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뒷 사람이 금새 들어오거나, 신비로운 느낌인데 대여섯 걸음 걸으니 끝나는 느낌이죠.


셋째, 텍스트와 이미지 관계

시각텍스트에서 읽기와 보기 전환은 의식과 무의식의 전환이죠. 전시의 시각 요소에 비주얼은 강했던 반면 텍스트 전환 요소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습니다. 히알루론산 분자구조 쇼라면, 왜 이 정사각형이 쇼를 하고 있는지 정보가 없으니 그저 이쁘기만 했습니다. 방이 어두워 읽을거리를 최소화한 걸로 이해했지만, 어딘가에 조금만 힌트를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 미디어 아트에서 텍스트와 이미지 전환에 대한 글




그럼에도 수분이라는게 이렇게 재미있고 세련될만한 소재인가 싶었고, 도심 한 복판에서 20분간 쉼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요즘 공간에 브랜드 경험을 담아내는 여러 시도들이 많은데, 아모레의 어떤 브랜드가 또 우리 앞에 나타날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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