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주팔자 바꾸기
엄마와 나, 그리고 사주의 연결고리
요즘 20~30대들이 점을 보기 위해 점집을 많이 찾는다는 뉴스를 봤다.
뉴스에까지 보도될 정도면 정말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궁금해 하나 보다.
이게 남 얘기가 아닌 것이 나 역시 20대 시절 여러 군데 점집을 들락거렸던 때가 있었다.
당시 내가 점을 봤던 이유는 호기심과 재미도 있었지만 모든 것이 불안한 현실에서 어떻게든 잘 살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녹록치 않은 삶속에서 한참을 버둥대다 제 풀에 지쳐 쓰러지면, 계속 주저앉아 있을 수만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무속인의 입을 통해서라도 미래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듣는다면 지금의 고단함은 으레 거쳐야 할 과정이 되고, 또 무속인의 위로를 통해 나는 어차피 잘 될 사람이다라는 자기 암시를 얻고 싶었다.
한마디로 무속인에게 돈을 지불하고 팍팍한 삶에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것 같다.
돌아보면 힘들 때 기대어 쉴 수 있는 언덕이 있었다면 자신을 소진하면서 까지 앞만 보며 헐레벌떡 질주하지 않았을 텐데 당시의 내겐 숨이 찰 때는 좀 쉬어가도 된다며 잠시 멈춰 세워 줄 사람도, 힘들어 죽겠다며 찾아가 응석 부릴 만한 상대도 없었다. 그런 생활이 지속되다 질식감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사주, 운명, 철학, 역학에 기웃거리며 숨 쉴 곳을 찾아다녔던것 같다.
당시 몇 군데 사주를 본 결과 크게 두 가지 공통적인 내용이 있었다.
첫째, 부모복이 없고 둘째, 자수성가를 한다고 했다.
그 외 재주가 많고, 물장사를 할 수 있고, 자기들과 같은 일(점치는 일)을 하면 큰돈을 벌거라고도 했다. 또 내 사주가 엄마 사주와 비슷하다고도 했다. 어릴 때부터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고 살아왔는데 엄마 사주와 똑같다니 정말 아이러니하다. 어쩌다 본 휴대폰 사주 어플로도 엄마와 내 사주의 결과는 문구까지 똑같이 나온다.
이 사주의 진위를 따져보자면, 아빠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방황하는 엄마 밑에서 컸으니 부모복이 없는 것은 어느 정도 맞다. 또 자수성가를 한다는 말도 누구의 도움 없이 이제껏 내가 벌어먹고 살아왔으니 일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물장사를 한 적도 없고 더구나 점치는 직업도 아니므로 이 부분은 완벽히 틀렸다.
엄마 사주와 같다는 것도 일부 엄마와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더 많은 부분에서 엄마와는 엄연히 다른 삶을 살고 있어 맞다고는 할 수 없겠다.
곰곰이 반추해 보면 사주라는게 영 얼토당토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 삶의 영향력으로 본다면 대략 30% 미만이다. 70%는 사주나 운명이 아닌 오롯이 내 선택에 의해 삶이 흘러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타고난 사주가 아닌 내 의지에 의한 좋은 선택을 한다면 얼마든지 남은 삶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거라 믿는다. 그러므로 미래를 바꾸고 싶다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혜를 쌓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정확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성찰하면 될 일이다.
사실 운명은 애초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으로 태어나면서부터 몸에 새겨진 몽고반점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수용의 영역이지, '왜'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거울 속 얼굴을 들여다보며 나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 고민하는건 의미가 없다.
사람마다 굵직한 운명의 줄기는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3살 때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셔 아빠 없이 자란 건 내 운명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 짜놓은 공식대로 살아가는것 같다.
선택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함으로써 익숙한 환경을 지속하고 변화를 전제로한 모험은 하지 않으려 한다.
그렇게 운명의 줄기를 따라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좋던 나쁘던 당사자에게는 가장 쉽고 편안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명이 이끄는 대로만 사는 삶은 성장과는 거리가 먼 정체된 삶으로 지루함이라는 고통과 자신의 운명에 대한 불만이 따르게 된다.
내 경험상 운명은 70%의 선택을 통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다만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운명이 바뀔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과 기존의 선택에서 과감하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와 결단, 자신과 주변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메타인지 등 엄청난 노력과 실천이 동반되어야 한다. 또 기존에 운명대로 만나왔던 사람을 멀리하고, 배울 점이 있는 긍정의 기운을 가진 사람들을 가까이해야 한다.
그런 노력들을 통해 선택을 바꾸고, 선택이 바뀌면 운명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내 운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한 번쯤 운명에 반기를 들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