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현 Apr 11. 2024

2023년 11월 24일 씩씩이
방광암 투병기

세상에 공짜는 없다. 사랑의 기쁨을 얻었으면 이별의 고통도 감내해야 한다

어제는 씩씩이가 소변보는 것을 힘들어해 나도 함께 잠을 설쳤다.

기저귀로 피부가 짓무를까 걱정되어 잠자는 동안이라도 편히 자도록 기저귀를 벗겨 주었더니 자꾸 요의가 느껴지는지 아니면 통증이 있는지 요도부위를 계속 고 소변을 보기 위해 새벽 내 들락날락거렸다. 소변도 시원하게 보지 못하고 계속 찔금찔금이다. 소변볼 때 힘을 얼마나 주는지 방귀까지 나온다. 산책을 나가서도 자꾸 대변보는 자세를 취하는데도 대변은 잘 나오지 않는다. 지켜보는 내내 애가 타고 마음이 무너진다. 사람도 소변 참는 게 고통스러운데 씩씩이도 얼마나 힘들까.


어떻게든 잠을 이루도록 녀석의 몸을 계속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던 중 뱃속에서 꽤 큰 덩어리가 만져진다. 아마 암 덩어리인 것 같다. 큰 암덩어리가 작은 몸속 요도를 압박하고 장을 압박하니 대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안 되겠다 싶어 퇴근하고 병원에 가기로 했다. 수의사샘은 잠시 재우고, 관을 요도로 넣어 소변을 빼보겠다고 하셨다. 임시방편이겠지만 잠시라도 씩씩이가 편안해질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다.


사람과의 인연도 그 사람의 인생 전체 즉, 소우주가 내게 오는 것이므로 인연을 아무 하고나 함부로 맺지 말라고들 한다. 사람의 인연만큼은 아니지만 내가 책임져야 하는 생명을 가진 존재와 인연이 닿아 생로병사를 함께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건강하고 귀여운 아기 시절에는 애교 부리는 게 마냥 예쁘기만 하다. 씩씩이도 이 시절에 내게 할 평생 효도를 다했다.


하지만, 노견이 되고 아프기 시작하면 사람과 똑같다. 

병원에 자주 다녀야 하고 약도 먹여야 하고 병원비 지출도 커진다. 또 아픈 녀석들 간호하기도 쉽지 않다. 매시간 약을 먹여야 하니 여행이나 외출도 쉽지 않고 무엇보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내 몸 아프듯 아프다.


나는 이제껏 애착 대상을 떠나보낸 경험이 많지 않다. 엄마도 연로하시지만 아직은 건강하신 편이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난 그다지 슬프지 않았다. 크게 애착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크지 않았다면  떠나보내는 슬픔 또한 크지 않다. 내가 대상과의 이별이  아프고 슬프다는 건 그만큼 애착이 컸기  때문이다.


돈을 꾸었으면 어떻게든 갚아야 하듯이 사랑의 기쁨을 얻었으면, 이별의 고통 또한 감내해야 한다.

이전 04화 2023년 11월 20일 씩씩이 방광암 투병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