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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현 Apr 11. 2024

2023년 11월 20일 씩씩이
방광암 투병기

아픈 반려견을 돌보며 힘든 시간 보내고 계실 분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며

나와 9년간 동거동락했던 반려견 씩씩이는 방광암으로 2023년 7월 19일 처음 병원에 방문한 이래 오른쪽 눈 각막이 녹아내리는 질병으로 안구 적출술까지 받는 지독한 병고를 치르고 2024년 3월 8일, 아침 7시 27분에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나의 아들이자 절친이었던 반려견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블로그에 씩씩이의 투병기를 쓰며 혹독한 시련 앞에 쓰러지지 않고 버티며 마지막까지 녀석을 간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투병기를 브런치에 하나씩 공유하려고 합니다. 사랑하는 반려견과의 이별을 앞두고 용기 있게 생로병사라는 대자연의 순환 열차에 동승하신 견주분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2023년 7월 19일.

이날은 씩씩이가 빈뇨, 혈뇨 증상이 처음 발견되어 동물병원에 방문한 날이다. 그렇게 시작한 방광암 투병이 벌써 4개월째 접어든다.

처음에는 전립선 비대증과 요로 결석을 의심하고 방광 초음파, 소변검사, 혈액검사 등을 받았지만 딱히 이상이 발견되지 않자 병원에서는 종양일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종양이 아닐 거라고 , 그럴 리가 없다고 단언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암이라는 진단 가능성조차 믿고 싶지 않았다.

내 반응에 부응하려는 듯 병원에서는 스테로이드, 항생제 치료를 하며 더 지켜보자고 했고 암만은 아니기를 간절히 바랐던 내 마음과는 달리 시간이 지나도 별 차도가 없었다.


2023년 10월 13일.

이날 씩씩이는 결국 방광암 수술을 받았다. 수의사샘은 방광을 열어 보니 생각보다 암이 많이 퍼진 상태로 긁어낼 수 있는 부분만 치료를 했다며 위로의 눈빛을 건넸다. 수술 일주일 후 나온 조직검사 결과 역시 절망적이었다. 방광암 중에서도 가장 예후가 나쁜 이행상피암이었다.

당시 머릿속은 정전된 듯 캄캄해졌고 심장은 튀어나올 듯 방망이질을 쳐댔다. 벌써 37일 전이다.


2015년 9월 어느 날 유기견이었던 씩씩이를 입양하다.

씩씩이는 9년 전 유기견 센터에서 입양한 녀석으로 이미 3번의 파양 경험이 있었다. 당시 추정나이 3세라고 했으니 지금 나이는 아마도 11세~12세로 벌써 노견의 대열에 들어섰다. 나는 씩씩이의 마지막 보호자가 되어 주기로 결심하면서 인간에게 받은 상처를 인간에게서 치유받기를 바랐다.


 씩씩이는 시츄답지 않게 매우 예민한 성격으로 예민한 만큼 애교도 많고 눈치도 매우 빨랐다. 혹시나 나한테도 버려질 것을 염려했던지 처음 몇 달간은 집안에서 대소변을 보지 않아 6개월 동안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나갔다. 당시 산책을 한 번도 안 해본 듯 지나가는 차소리, 발소리만 들려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그렇게 우리는 천천히 또 조심스럽게 일상에 적응하며 서로의 체온을 높여주었고 별 탈 없이 9년간 행복하게 지내왔다.


2023년 11월 20일.

하지만 씩씩이는 이제 소변을 잘 가리지 못한다. 암조직이 방광에 자리 잡은 탓인지 소변을 참지 못해 수시로 지리고, 배변패드까지 걸어가는 중에 소변을 봐 버리거나 자는 도중에도 이불에 실수하는 날이 많아졌다. 결국 씩씩이에게 기저귀를 채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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