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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소로 Feb 29. 2024

푸른 개구리의 세계

두가지에 대해서. 첫번째는 끝까지 뻗는 일의 중요성, 두번째는 힘이 빠지는 과정. 


끝까지 쭉 뻗으면 내쪽으로 홱 당겨오는 힘이 저절로 생겨난다. 보통은 한시바삐 내쪽으로 뭘 홱 당겨오려고 안간힘이다. 그래서 팔을 쭉 끝까지 곧게 뻗기도 전에 대충 빨리 성급하게 내쪽으로 팔을 오므려 당기기 급급하다. 수영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지만 일단 한쪽팔을 당겨와서 앞으로 끄읕까지 쭈욱 뻗어내면 거기서부터 뭔가가 시작된다. 논점을 애매하게 몰고가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걸 감수하고라도 해볼만한 얘기다. 아주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자주 그런걸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욕심내는 방향과 반대쪽을 향해 끝까지, 정말 끝까지 가고나면 거기서부터야 내가 욕심내던 방향으로 향하는 힘이 생기는 그런 역설적인 상황들 말이다. 


취직을 하고싶다. '기획자'라는 직함이 얻고싶다. 그러나 얻을수가 없다. 번번이 실패한다. 그래서 당장 할 수 있는 것들, 기획자라는 직함과는 전혀 무관한 일 - 취직이나 돈버는 일과는 거리가 있는 일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문학작품들 - 모비딕, 월든, 가지 않은 길, 방황하는 아앤구스의 노래, 리어왕 등을 소개하는 방송을 만든다. 대신 나는 거기에 빠져든다. 그리고 거기서 기획을 만난다. 참 엉뚱하고 어이없는 만남이다. 하지만 그순간부터는 나의 사적인 문학적 감상을 소개하는 일이 하나의 기획이 되어간다. 시간이 지나고, 시험을 통과하고, 면접날이 찾아온다. 기획 실무 과제를 나는 리어왕을 소개하는 방송을 만들듯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풀어낸다. 면접관들은 어이없게도 내 문학 방송에 대해서 묻는다. 나는 그들이 솔깃할만한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그리고 할 이유도 없다. 그리고 나는 기획자가 된다. 


이부분은 불쾌할 수 있으므로 글자색을 옅게 처리하기로 한다. 마우스로 선택하면 선명하게 드러나 있을 것이고, 혹은 다른 메모 프로그램에 복붙해서 폰트색을 바꾸면 읽기 용이할 것이다. 굳이 읽고싶다면 말이다. 여기서부터, 변비가 있다 - 고 하자. 배설물을 외부로 배설하는게 원하는 일이다. 하지마 아무리 힘을 줘도 쉽지가 않다. 변기에 않아서 망부석이 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오히려 괄약근을 조으기 시작한다. 안으로 오므리는 수축을 반복한다. 사실 그건 미친짓이다. 이완을 하고, 배출을 하는데 목숨을 건 입장에서 수축과 보존은 그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수축하다보면 오히려 이완이 되고, 내보내려던게 알아서 집을 나간다. 여기까지. 안보이게 쓴 문장들을 오히려 더 열심히 읽는 푸른 개구리 같은 분들이 있을까. 그렇다면 이 글의 논지가 한층 강화되는 셈이다. 


돌아와서, 이곳은 청개구리가 설계한 세계가 아닐까. 공은 왜 꼭 낙하하는 중간에 공기중에서 상승하지 않고, 바닥에 다다르고 나서야 방향을 바꿔 상승하기 시작하는걸까. 좋은 글을 쓰려면 왜 꼭 먼저 좋은 글을 읽어야만 하는걸까. 밥값을 하려면 왜 꼭 먼저 밥을 든든히 먹어야만 하는걸까. 당연한 질문들이 당연하지 않게 느껴진다.그러게 당연한 질문을 해결하려면 왜 꼭 질문을 낯설게 바라보는 눈이 필요한걸까. 모든게 모순투성이다. 어찌보면 힘이 빠질만큼 모순 투성이의 세계다. 


그렇게 힘이 빠진다. 뭐든 잘하려면 힘을 빼야한다고들 말한다. 그림도, 수영도, 글쓰기도, 톱질도, 낫질도, 그밖에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다. 그런데 어디 힘을 뺀다는게 힘을 빼자 마음먹고 힘을 뺀다고 되는 일인가. 힘을빼려면 온갖 시도들을 끙끙 안감힘을 쓰면서 다 해봐야 한다. 그래도 힘이 빠지지 않아서 이제는 안되겠다, 끝이다, 혹은 몸살이 나고 진이 빠지고, 모든 면에서 세상을 등질 상황에 다다라서야 정말로 말그대로 힘이 빠진 뒤에야 힘이 빠진다. 단, 그렇게 탈탈탈탈 털려서 힘이 쭉 빠진 뒤에도 그걸 해야만 힘이 빠진걸 확인할 수 있다. 힘이 다 빠진 뒤에도 그림을 그리고, 수영을 하고, 문장을 쓰고, 톱을 밀었다 당기고, 낫을 휘둘려야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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